벤츠, 아반시와 5G 특허 첫 계약
대당 29弗 4G이용료의 두배 달해
완성차 "통신 부담 급증"
대당 29弗 4G이용료의 두배 달해
완성차 "통신 부담 급증"
올 하반기 5세대(5G) 통신 기반 커넥티드카 출시를 앞두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가장 먼저 '통신특허 공룡' 아반시와 4G 대비 2배 높은 가격에 5G 통신 표준 특허 계약을 체결해 완성차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벤츠의 특허료 수준을 고려하면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도요타, BMW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통신 특허료 부담은 연간 3000억원에서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원가 부담 가중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협상 주도권을 잃고 특허풀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점에서 완성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벤츠 1호 계약에 현대차 등 긴장
17일 글로벌 특허풀 아반시에 따르면 최근 메르세데스-벤츠가 아반시와 차량용 5G 표준 통신과 관련한 포괄적 통신 특허 계약을 맺기로 합의했다. 완성차 업체 가운데 5G 통신 특허 계약 1호다. 2016년 설립된 아반시는 퀄컴, 노키아, 소니, 화웨이 등 세계적 통신 기업들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이들이 가진 통신관련 특허의 이용·허가 협상을 대행해주는 업체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아반시가 가진 차량용 4G 관련 특허권은 총 57개다. 5G 특허는 58개에 이른다. 국내 회원사로는 KT, SKT, LG전자 등이 있으며, 올해 4월에는 삼성전자도 합류했다. 삼성전자의 가세로 아반시는 차량용 4G 표준특허의 90%를 확보했다.
벤츠가 아반시에 지불할 차량용 5G 표준 통신특허료는 대당 29달러다. 4G 특허료가 15~20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많게는 2배 가까이 인상된 것이다. 벤츠의 계약 소식에 글로벌 완성차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아반시에 대항한 '연대작전'이 사실상 와해된 것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당장 차량에 5G를 적용하는 건 시기상조"라며 "5G 통신망 구축과 완성차들의 자율주행차 출시가 동시에 충족돼야 하는데, 아반시가 몰아치기식으로 5G 계약을 끝내자며 압박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아반시는 내년 2월까지 계약을 마무리하는 업체는 대당 29달러, 이후엔 32달러로 올려받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지난해 4G 협상 때와 같은 방식이다. 이에, 현대자동차, 기아, 도요타, 혼다, 닛산, 스텔란티스 등이 지난해 무더기로 아반시와 4G 특허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6월 커넥티드카 1000만대 생산을 돌파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4G를 기준으로 최소 1000억원 이상의 특허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완성차, 협상 주도권 잃고 끌려다녀
당초 완성차들은 통신 특허료 지급을 거부해 왔다. 그러다가 2021년 벤츠(당시 다임러)와 노키아간 4G 특허 관련 소송에서 벤츠가 패하면서, 아반시에 특허료를 일괄 지급하는 방향으로 기류가 변했다.
완성차업계는 4G 특허사용료를 수백억원에서 2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5G계약은 연간 최대 4000억원까지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커넥티드카 보급이 확대되면 특허료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특허료 부담이 차량 가격에 반영돼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아반시에 4G 특허료를 지불한 커넥티드카는 전세계 1억3000만대다. 5G기반 커넥티드카의 본격 개막은 대략 2025년께로 전망된다. 시장 상황보다도 아반시가 먼저 움직인 것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아반시와 협상 여부 등은 일체 비공개 사항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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