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위험성 떨어뜨릴 수 있어
정부, 마약 마케팅 자제 권고
금지법안 3개 국회서 표류
정부, 마약 마케팅 자제 권고
금지법안 3개 국회서 표류
정부가 마약범죄가 번지는 것을 우려해 상호에 '마약'을 넣지 말 것을 권고했지만 여전히 주요 번화가에서 '마약'을 상호에 넣은 곳들이 즐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상호에 '마약' 표현을 넣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법으로도 마약 표현을 넣지 말도록 권고하는 수준이지만 이런 상호들이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마약OO' 전국에 180여개
20일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상호에 '마약'이란 단어가 들어간 음식점은 총 184곳이다. 지방정부에 일반음식점과 휴게음식점으로 인허가 등록된 음식점에만 해당하는 자료다. 노점상 등 음식점으로 인허가 등록되지 않은 비(非)등록음식점을 포함하면 마약 상호를 쓰는 상점은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마약'을 상호로 쓰는 상점들은 음식점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떡볶이, 치킨 등 만들어 파는 음식의 맛을 강조해 소비자들이 두번 이상 먹으러 오게 된다는 의미다.
마약 상호를 쓰는 한 서울의 노점 음식점 대표는 "손님들에게 우리 떡볶이가 맛있다는 의미로 썼을 뿐, 이런 표현으로 마약 범죄가 늘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마약범죄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마약 마케팅을 통해 마약이란 단어가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만큼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실제 대검찰청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지난해 1만8395명으로 5년 전인 2018년(1만2613명)에 비해 45.84% 증가한 규모를 보였다. 특히 마약사범 중 10~20대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2018년 17.90%에 불과하던 10~20대 비중은 지난해 34.20%로 껑충 뛰었다.
법무법인 강호 장진영 변호사는 "마약의 접근성이 좋아지면서 마약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마약 마케팅은 마약이란 단어에 대한 경각심을 망각하게 만들 수 있다"면서 "특히 10~20세대의 경우 중장년층보다 사리 판단력이 낮고, 어릴 때부터 마약이란 단어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다 보니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턱 못 넘은 '마약 상호' 금지법
현재 국회에는 상호에 마약류와 관련된 단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 3개가 지난해 발의된 상태이지만, 이들 법안 모두 위원회 심사의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는 "지난 5월 마약 마케팅의 단속을 강화할 것을 협조하는 공문을 지방자치단체에 보냈다"라면서 "관련해 어떠한 대책을 세우고 실행했는지는 지자체의 소관이므로 식약처 차원에서는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5월 기준으로 마약 마케팅을 하는 음식점이 30곳으로 조사됐다"면서 "이 중 7곳이 자진 폐업하거나 마약 마케팅을 포기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마약 마케팅을 하는 곳 상당수가 프랜차이즈로 경영되는 곳이므로 관련 대책을 진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 변호사는 "마약마케팅이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 책임을 지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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