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대법원장 11일 취임
사법 신뢰 회복의 출발점
사법 신뢰 회복의 출발점
새 대법원장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르다. 인사청문회는 보고서에서 "후보자는 고위공직 후보자에게 흔히 보이는 개인 신상과 관련한 도덕성 등의 문제 제기가 거의 없었다. 또 사법개혁에 대한 비전과 구체적 방안을 갖고 있음이 확인된다"고 이례적으로 높게 평가했다.
조 대법원장은 "단 하루를 하더라도 진심과 성의를 다해서 헌법을 받들겠다. 전임 대법원장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고 잘한 점을 계승해서 사법부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비록 짧은 임기이지만 사법 정상화라는 시대적 소명을 완수해 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대법관 후임자 제청절차가 곧바로 이뤄질 모양이다. 안철상·민유숙 두 대법관의 임기는 내년 1월 1일까지다. 대법원은 12일부터 18일까지 법원 안팎으로부터 후보자 추천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빨라도 내년 3월쯤에야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어서 몇 달 동안의 불완전한 대법원 체제는 불가피하다.
재판 지연 해소는 '조희대 사법부'에 맡겨진 최대 숙제이자 과제다. 조 대법원장은 청문회에서 "현재 사법부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재판 지연"이라고 진단했다. 장기미제 사건을 법원장들에게 맡기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당장 15일 열리는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구체적 시행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심 선고까지 3년9개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년5개월 걸렸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도 3년10개월이나 걸렸다. 그사이 송철호 전 울산시장은 임기를 마쳤고,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항소심 일정을 고려하면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
공정하고 신속한 재판이라는 사법 신뢰의 근간에 금이 간 것이다. 정치적 사안은 물론이고 일반 사건도 줄줄이 늘어졌다. 2년 넘게 걸린 1심 민사합의부 사건의 경우 2017년 3000여건이던 것이 지난해는 5000건에 이르렀다. 전임 대법원장이 폐지한 고법 부장 승진 제도, 새로 도입한 법관의 법원장 추천제 등이 '일 안하는 법원'을 만든 주범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새 대법원장은 정치적 중립성과 법적 엄정성을 통해 사법 불신을 풀어야 한다. 재판 지연은 정의 실현을 지체시켰고, 판사의 정치성향 노출은 우리 사회의 이념적 편가르기를 부채질했다. 소송 당사자의 부담을 키우고, 범죄 피해자 구제를 늦춘 재판 지연의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갔다. 헌법 제27조 3항에는 모든 국민은 신속하게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보장하는 것이 사법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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