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현·박용갑·장종태, 모두 '풀뿌리 정치연대' 멤버
풀뿌리 민주주의 경험을 토대로 실효성 있는 입법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는 반면 구청장직이 국회입성의 디딤돌로 활용되는 선례를 만들었고 세대교체도 둔감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14일 중앙선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 치러진 총선에서 박정현(59) 전 대덕구청장과 박용갑(67) 전 중구청장, 장종태(71) 전 서구청장이 각각 당선됐다. 대전지역 구청장 출신들이 무더기로 총선에 도전해 한꺼번에 입성한 전례는 없다.
박정현 당선인은 민선7기 대덕구청장을 지냈다. 지난해 10월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별다른 인연이 없는 그가 급작스레 발탁되자 이 대표와 절친한 김제선(60) 중구청장 재선거 당선인의 영향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있다.
그는 비명계 현역 박영순 의원이 하위 10% 통보를 받은 뒤 새로운미래로 합류하면서 출마하자 단수공천됐다. 지역정가에선 그의 공천이 비명계 몰아내기의 대가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박용갑 당선인은 민선 5~7기 중구청장 3선을 연임했다. 나이도 적지 않아 3선 연임 후 사실상 정치활동을 중단했는데 지역구 현역인 황운하 의원의 사법리스크와 갑작스런 불출마 상황이 이어지면서 부활했다.
한나라당과 국민중심당, 자유선진당을 거쳐 민주당색이 옅은 편인데 보수적인 중구표심 공략에 적합한 후보로 꼽히면서 공천돼 당선됐다. 때문에 민주당내 지지자들 사이에선 그의 공천을 두고 자조섞인 평판이 공존한다.
6선 박병석 전 국회의장의 불출마로 관심을 모은 서구갑의 장종태 당선인은 민선 6·7기 재선 구청장 출신이다. 장철민 의원 보좌관 출신 이지혜(41)·박병석 의장 보좌관 출신 이용수(45) 예비후보와의 3자 경선을 치렀는데 높은 인지도에 기반해 승리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전시장에 경선에 나섰다가 허태정 당시 시장에게 패배한 뒤 다시 서구청장에 전략공천돼 구청장 후보들의 탈당과 반발이 이어지면서 곤혹스런 처지에 내몰린 바 있다. 70대인 그가 공천을 받자 차라리 박병석 전 의장이 한 번 더 출마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는 공격이 나오기도 했다.
이들 당선인은 모두 지난해 10월 민주당 소속 전직 기초단체장들이 참여하면서 창립된 '풀뿌리 정치연대, 혁신과 도전'이란 원외인사 단체 소속이다. 이 조직은 비명계 숙청을 위해 급조된 조직이란 평가가 있었다.
이들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민주당의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 기초단체장들이 집단적으로 총선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최초의 실험" 등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계 지역 정가 인사는 "나이가 많은 상대 후보에 이기기도 했고 7석을 모두 석권하는 성과는 거뒀지만 승리에 집착하면서 자체적 세대교체엔 실패했다. 당내에서 이재명 대표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확인된 것도 아픈 대목"이라며 "구청장 출신 초선의원들이 당이나 국회에서 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4년 뒤의 판짜기가 더 복잡해졌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oemedi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