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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상속공제한도 확대, 세율 인하 차선책 될 수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5.23 18:25

수정 2024.05.23 18:25

한도 높여 상속세 부담 줄이는 방안
부자감세 논란 피할 대안으로 검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계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계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정부가 가업승계가 부담이 되지 않도록 기업상속공제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과도한 상속세 때문에 가업으로 오랫동안 운영하던 기업을 어쩔 수 없이 매각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다. 확정되면 오는 7월 말 내놓는 세법개정안에 담을 것이라고 한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최고 세율을 놓고 보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최고 세율만 보면 우리가 60%, 일본이 55%, 독일이 30%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은 26% 정도다.
아예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 국가도 있고, 부과하더라도 유산취득세로 대신하기도 한다. 유산취득세는 전체 상속재산이 아니라 개인이 받는 부분에만 과세하는 제도로 세 부담이 줄어든다.

세계 추세에 맞추어 상속세와 증여세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지만, 두 세제는 쉽게 바꾸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속세와 증여세는 부의 재분배 기능도 하는데 양극화와 빈부격차가 심한 우리나라로서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야당은 상속세율 인하나 상속세 폐지에 대해 '부자감세'라는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상속공제 한도를 올려줌으로써 가업승계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도와줄 수 있다. 현금과 부동산이 아닌 기업을 물려받을 때만 세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에 합의에 이르기도 어렵지 않다. 현행 가업상속공제 한도는 사업기간에 따라 300억~600억원이다.

자산가치가 현재의 공제 한도를 넘어서는 기업들이 상속세를 마련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유족들이 기업을 매각하는 일이 더러 발생했다. 손톱깎이 세계 1위 기업인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창업주 타계 후 유족들이 150억원의 상속세 부담으로 경영권을 매각했다. 밀폐용기 국내 1위 기업인 락앤락도 같은 이유로 외국 자본에 경영권을 넘겼다.

정부의 의도는 적어도 이런 일은 막아보자는 것이다. 우리는 상속세율 인하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차선의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나라마다 사정은 다를 수 있다. 부의 축적이 단기간에 이뤄진 우리나라는 양극화도 양극화지만, 이른바 벼락부자나 졸부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

상속세를 인하하면 경제를 이끄는 기업보다 부동산 투기 등으로 부를 일군 자산가들이 이득을 볼 수 있다는 지적도 일리가 없는 게 아니다. 상속세와 증여세 개편 문제는 좀 더 시일을 두고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도 무시하기는 어렵다.

기술력과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토종 기업들만큼은 상속세로 인해 특히 외국에 팔리는 일이 없도록 정부가 지켜주는 게 마땅하다.
그런 '백년기업' 또는 '장수기업'들은 하루아침에 큰돈을 번 기업이 아니라 적어도 수십년의 세월 동안 성실하게 기업활동을 이어왔다. 세금도 꼬박꼬박 내며 경제발전에 기여한 바가 크다.
합당한 세제혜택을 주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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