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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낙제점 공공기관 수두룩, 감독 더 강화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6.19 18:19

수정 2024.06.19 18:43

정부 평가결과 발표, 13곳 경고받아
방만경영에 재정 건전성 매우 나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가스공사, 주택도시보증공사(HUG), 한국철도공사 등 13개 공공기관이 경영평가 낙제점(D, E등급)을 받았다. 최하 E등급(아주 미흡)을 받은 한국고용정보원은 기관장 해임조치가 내려졌다. 경영실적이 악화되고 중대재해가 발생한 13개 기관장은 경고를 받았다. 정부는 19일 이런 내용의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등급이 떨어진 가스공사는 미수금이 13조70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47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한전은 지난해 3차례 전기요금 인상으로 흑자전환했다. 하지만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어 재정건전성은 여전히 나쁘다. 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광해광업공단 등은 성과급이 100% 삭감됐다.

이번 평가는 윤석열 정부 3년차 공공기관 혁신 성적표나 다름없다. 윤 정부는 2022년 출범 직후 비대해진 공기관들에 재정 및 자산·기능·인력 효율화, 과도한 복리후생 개선 등 대대적 혁신을 주문했다. 그간 부채 축소 등 일부 성과는 있으나 자구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

공기관은 에너지, 주거, 의료 등 국가 중요사업의 독점권을 갖는다. 국민편익과 수급안정을 우선하는 공적 기능 때문이다. 사실상 시장경쟁이 없다. 경영이 방만해지기 쉽다는 의미다. 300여개 공기관장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는다. 정권 창출 공신들이 나눠 갖는 '낙하산' 보은인사가 많다.

혁신의지가 없는 일부 공기관장은 '경력 관리용' 자리 정도로 생각한다.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어 중앙정부의 견제도 덜하다. 공무원들끼리 알 만큼 아는 선후배 사이로, 전관예우도 다반사다. 관리·감독도 느슨하다. 사업비 횡령, 관용차량의 사적 사용 등의 도덕적 해이도 끊이질 않는다. 한전, 농어촌공사 등 8개 공기관 직원 250여명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태양광발전사업을 벌이다 감사원에 적발된 것도 그중 하나다. 상임감사 등 공기관 임원들의 외유성 연수도 매년 국정감사 단골메뉴다. 2021년 신도시 부동산투기로 공분을 샀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도 같은 맥락의 사건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공기관은 비대해졌다. 임직원 수는 총 44만여명으로 10만명 이상 늘었다. 공공 일자리를 늘렸으나 생산성은 떨어졌다. 한번 들어가면 정년이 보장돼 인위적 구조조정이 어려운 공기관의 특성상 인건비, 복지비용 부담도 커졌다. 공기관 부채는 결국 국가가 혈세로 갚아야 한다. 현 청년세대의 공기관 일자리 시장도 위축됐다.

공기관은 직업윤리와 안전의식, 투명한 재무가 민간의 모범이 돼야 한다. 무엇보다 공기관장의 임기 중 평가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 폐쇄적 공기관 특성상 내부제보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현행 6개 평가등급을 더 세분화해 등급별 편차와 변별력, 페널티를 구체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입찰비리뿐 아니라 부정채용, 불법 겸직, 이권사업 청탁 등 중대 비위에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적용돼야 한다.
지속적인 공기업 구조개혁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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