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유로 사용 20개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지난 6월 전년 동기비 2.5%를 기록하면서 다시 떨어지자 9월에 금리를 다시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와 마찬가지로 물가를 2%로 목표로 하고 있는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존 물가가 더 빠르게 떨어지면서 지난달 금리 0.25%를 먼저 내릴 수 있었다.
유럽 대륙은 현재 진행 중인 유로2024 축구대회와 미국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유럽 순회 공연, 26일 개막하는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에 많은 인파들이 몰리면서 경제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등 들떠 있다.
그러나 지난 2년 동안 금리를 올려가며 물가 끌어내리기에 성공해 지난 6월 5년 만에 금리를 내리는데 성공한 ECB로써는 대규모 행사들이 반갑지 않다.
항공과 호텔 요금 등 서비스 물가가 다시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럽 소비자들, 억눌린 서비스 지출 늘려
지난 2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통계당국 유로스태트가 발표한 6월 물가 관련 지표 중 서비스업 물가가 높은 것을 ECB는 주목하고 있다.
서비스업 물가는 에너지나 식료품에 비해 더 큰 폭인 4.1% 상승했다.
스위프트가 지난 5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두차례 공연을 가졌을 당시 호텔 요금은 20% 가까이 상승한 바 있다.
10개 도시에서 유로2024가 진행 중인 독일은 호텔 요금이 두배 올랐으며 대회 개막 후 식당과 술집 수요가 급증했다.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주로 소비재 구매에 그쳐야 했던 유럽의 소비자들이 그동안 물가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른 임금에 힘입어 식당과 여행 등 서비스업에 더 많은 지출을 하고 있는 추세다.
유로스태트가 발표한 6월 유로존 물가 지표에서 프랑스와 스페인의 경우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오른 서비스 비용이 물가를 상당 부분 잠식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유로2024 대회를 위해 독일에 입국한 관광객들로 인해 유로존 서비스업 물가가 추가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 쾰른의 경우 경기가 있는 날이면 축구팬 약 10만명이 몰려와 맥주집에서 경기를 시청하면서 먹고 마시고 있다.
안드레 하크 쾰른 부시장은 이번 대회 기간동안 외부에서 오는 팬들은 2022년 유로농구대회 당시 1인 하루 소비 규모인 750유로(약 112만원) 보다 더 많이 지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스위프트의 여덟 차례 공연을 보기 위해 관객 72만명이 몰리고 호텔 숙박료는 12% 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5월 물가상승률을 2%까지 끌어내린 영국은행(BoE)은 스위프트 공연에 따른 서비스 물가 상승으로 금리 인하 계획 연기로 이어질까 우려하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유로축구대회와 테일러 스위프트 유럽 순회 공연으로 인한 일시적인 특수가 있기는 하지만 서비스 물가 상승이 이 같은 행사와는 무관하다는 점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컨설팅 기업 판테온 마크로이코노믹스의 영국 담당 이코노미스트 롭 우드는 영국내 호텔 수요가 계속 높았다며 스위프트 공연으로 인해 숙박료가 급등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프랑스의 경우 지난 5월 스위프트가 파리에서 4회 공연을 했지만 호텔 요금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하크 쾰른 부시장도 유로2024 대회 이전에도 해마다 큰 행사들이 열렸으며 평상시에 식당과 호텔에 손님들이 많다고 말했다.
노무라의 이코노미스트 조지 모란은 “유럽에서 열리고 있는 행사들로 서비스 물가가 잠시 오르면서 ECB에 당장은 걱정이 되겠으나 파급 효과는 일시적이고 긴장을 시킬 정도로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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