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fn사설] 내수는 추락하는데 분기 2조 돌파한 해외직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01 18:38

수정 2024.08.01 18:38

7월 수출 13.9% 증가, 반도체 호황
내수 살리고 해외소비 잡기 나서야
해외직구 규모가 분기 기준으로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세관에 쌓여있는 직구물품.사진=연합뉴스
해외직구 규모가 분기 기준으로 처음 2조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세관에 쌓여있는 직구물품.사진=연합뉴스
7월 수출이 전년동월 대비 13.9% 늘어 10개월 연속 증가했다. 7월 반도체 수출은 112억달러로 역대 7월 중 두 번째로 많다. 7월 대중국 수출은 작년보다 14.9% 증가한 114억달러로 21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다시 우리나라의 수출국 1위가 됐다.

반대로 지난 2·4분기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동기 대비 2.9% 하락한 102.0으로, 2009년 1·4분기 이후 15년 석달 만에 가장 하락 폭이 컸다. 해외직구와 해외여행의 폭발적 증가와는 다른 양상이다.


내수와 수출은 기업 제품을 판매하는 두 축이다. 두 부문이 다 같이 성장해야 경제는 잘 돌아간다. 어느 하나라도 부진하면 다른 하나의 성과를 깎아 먹는다. 수출이 잘되는 것은 물론 반가운 일이다. 반도체가 잘 팔리고, 자동차 수출도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최근 수출 증가율은 다른 선진국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내수는 갈수록 침체되는 엇박자를 보이며 경제의 활력을 갉아먹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고물가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니 물건을 살 의향이 없어지는 것이다. 2·4분기 승용차 판매는 13.2%나 줄었다. 자동차 수출이 역대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출 호황은 내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수출이 잘되면 기업 매출이 올라가고 다시 종사자들의 소득 증대로 이어져 소비가 늘어나는 것이다. 일종의 낙수효과다. 그러나 수출이 줄어들다 다시 늘어난 게 10개월이나 되지만, 아직 내수 증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낙수효과에는 시차가 있다. 조금 더 기다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수출 증가가 일부 업종에 한정된 것도 이유일 수 있다. 전체 국민이 고르게 효용을 누려야 전반적 소비 증대가 나타날 텐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제한적 업종과 기업의 호황만으로는 내수 전체에 온기가 돌게 하기는 어렵다.

아직 국내 경기는 불황 국면에 있다. 고물가와 고금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특히 건설업과 영세기업, 자영업의 업황이 좋지 못하다. 그래도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됨으로써 올해 경제성장률은 2.5%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내수를 억지로 늘리기는 어렵다. 먼저 물가가 안정되어야 하고, 수출 증가의 온풍이 국내 소비 확대로 연결돼야 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해외 소비를 국내로 돌리기 위한 방안도 고심할 필요가 있다. 2·4분기 해외직구 규모가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소비자들이 국내로 발길을 돌리도록 유통업 혁신도 요구된다. 해외여행 또한 마찬가지다.

그래도 좋은 소식도 들린다. 건설 경기도 살아날 조짐이 보이고, 삼성전자 2·4분기 매출이 2년 만에 대만의 TSMC를 추월했다고 한다. 중심업종과 대기업만이라도 살아나면 언젠가는 경제 전체의 경기가 회복될 것이다.

다만 세계 정세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중동 정세는 여전히 불안하고, 미중갈등도 계속 이어질 모양새다. 효율적인 내수진착책 시행과 더불어 국가 간 갈등요소 해결에는 정부의 역할이 크다.
규제완화와 각종 개혁작업도 계획했던 대로 중단 없이 진행하기 바란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