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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태를 더 꼬이게 하는 의대 증원 당정 충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8.28 18:43

수정 2024.08.28 19:09

韓 '1년 유예' 제안 尹 대통령 거부
원칙 지키며 머리 맞대 돌파구 찾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국민의힘 신임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신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의료개혁에 정부와 여당이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인데 의견충돌로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026년 의대 증원 1년 유예를 다시 공식화했지만 대통령실이 재차 불변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30일 예정됐던 한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만찬도 연기했다. 대통령실은 당정이 민생대책을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으나 의대 증원 문제로 인한 갈등이 다시 불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한 대표가 1년 유예를 제안한 것은 꽉 막힌 의료대란 출구를 찾기 위해서일 것이다.
내년 증원은 불가피하지만 2026년도 정원은 동결하고 그 후 정원은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의견이다. 유급생, 신입생까지 합치면 내년 한 학년이 7500명을 넘는다. 부실교육도 우려되고, 이를 의료계와 대화 테이블에 놓으면 의정협상을 시작할 수 있지 않겠냐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6개월 이상 끌어온 의료파행의 수습 카드가 증원 유예, 증원 원점 재검토밖에 없는 것인지 당정의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

의료현장은 지금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이다.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공백이 된 자리를 전문의가 메웠으나 이들까지 짐을 싸면서 병원 응급실은 지방과 수도권을 가릴 것 없이 붕괴 직전이다. 병원은 환자를 거부하고, 환자들은 앰뷸런스 안에서 발을 구르고 있다. 급기야 소방관들이 응급실 '뺑뺑이' 해소책을 촉구하는 지경이라고 하니 대체 정부는 어디에 있느냐는 절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여기에 간호사·의료기사까지 손을 놓겠다고 선언했다. 이들이 속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29일 예정대로 파업을 시작하면 병원마다 더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다. 파업에 서울대병원 등 '빅5' 병원은 빠지기로 했고 수술실, 중환자실 등엔 인력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이렇게 급박한 시기에 간호사, 의료기사들마저 환자들을 외면하는 게 과연 온당한가. 의사들이 떠난 자리에서 간호사들의 업무는 더 과중해졌겠지만, 임금인상 등 요구사항들을 보면 파업의 목적이 협상력 극대화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더욱이 간호사들의 숙원과제였던 간호법도 이날 국회에서 전격 통과됐다. 의료계의 오랜 쟁점이던 진료지원간호사(PA간호사) 의료행위가 이르면 내년 6월부터 합법화된다. 의협은 기장 대신 승무원에게 비행기를 맡긴 것이라며 비판했지만 환자를 내팽개친 의사들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간호사들은 법 통과로 책임이 더 커진 만큼 파업을 중단하고 환자 곁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의료개혁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추진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증원 문제는 당초 정부가 충분한 설명 과정을 거치지 않아 이 지경이 된 측면이 있다. 그렇다고 지금 와서 원점 재검토 역시 섣부른 결정이다. 한 대표 측근은 대통령실이 의대 증원 입장을 굽히지 않는 것을 두고 "거의 달나라 수준의 상황 인식"이라고 했다. 그런 식으로 대립각을 세울 때는 아니다.

의료계는 2026년 증원 유예안에 한술 더 떠 내년도 증원부터 재검토하자고 다시 정부를 압박했다. 증원 백지화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이 마당에 정부가 유화책을 제시하면 개혁은 물 건너간다.
당정이 의견을 모으고 야당도 힘을 보태 사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의료계도 이제 대화의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지금 이 순간 환자는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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