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부동산신탁사 건전성 강화 일환으로 추진중인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한도 도입' 규제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포함되면서 정책 엇박자 논란이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정비사업의 투명성·전문성·빠른 사업추진 등을 위해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장려하고 있는데 금융당국 규제로 올스톱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한도 도입'에 정비사업도 포함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롭게 신설되는 이 규제는 ‘토지신탁 사업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험액이 자기자본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단계적으로 시행해 오는 2027년에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한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계획이다.
금융위는 자기자본 대비 토지신탁 한도 도입 대상으로 ‘모든 토지신탁’을 명확히 했다. 여기에는 문제가 되고 있는 책준형 토지신탁 외에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포함된다.
문제는 재개발·재건축 수주가 위험액 관리 대상에 포함될 경우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경우 신탁사가 조합원을 대신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을 받아 사업비·이주비 등 자금을 조달한다. 대단지의 경우 이주비만 1조원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A사 관계자는 "결국 조합원을 대신해 신탁사가 조달하는 이주비·사업비 등이 위험액에 포함된다"며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일반 토지신탁과 달리 사업 절차 및 방식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규제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소연했다.
B사 관계자는 “규제 대상으로 ‘모든 토지신탁’을 넣다 보니 재개발·재건축도 일률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 원안대로 라면 이주비 등이 차입형 위험액으로 잡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새 규제가 시행되면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올스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위험액 총량이 늘면서 '부실 신탁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재 신탁사마다 '정비사업 수주'를 계속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 아니다.
정책 엇박자 논란도 나오고 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국토부가 장려하고 있는 데 한쪽에서는 일반 토지신탁으로 분류해 강력한 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C사 관계자는 “책준형 토지신탁의 건전성 강화는 충분히 이해되고 필요한 조치"라며 "하지만 토지신탁과 엄연히 다른 정비사업까지 대상에 넣은 것은 개선이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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