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들, 오는 11월 '콜옵션 행사'..국민연금 2023년 3800억 투자
한명진 SK스퀘어 대표 필두 11번가 이슈 해결 의지 커
한명진 SK스퀘어 대표 필두 11번가 이슈 해결 의지 커

[파이낸셜뉴스] '11번가' FI(재무적투자자) 지분에 대한 SK스퀘어의 콜옵션(우선매수청구권) 행사 가능 시기가 오는 11월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3년 11월 29일 이사회를 통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은 후 2년 만이다.
당시 SK스퀘어는 원금 5000억원에 연 이율 3.5%의 이자를 더해 FI에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안을 고민했지만 '11번가'의 기업가치(EV) 하락 등을 이유로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다.국민연금은 11번가에 약 38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SK그룹 차원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파이낸싱에서 '11번가' 해결이 우선과제로 급부상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 국민연금 등 FI들 2년 만에 지분 18.18% 콜옵션 행사...SK그룹 고심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는 오는 11월 국민연금, H&Q코리아파트너스, MG새마을금고가 참여한 나일홀딩스컨소시엄이 보유한 FI 지분 18.18%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SK스퀘어는 2023년 11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았는데, 기존 투자계약에 따라 콜옵션은 2년에 한 번씩 갱신된다.
파이낸셜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SK스퀘어는 TF(태스크포스)를 꾸려 '11번가' FI와 소통하고, 콜옵션 행사 또는 대안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올해 초 SK그룹의 에쿼티(지분) 파이낸싱이 어려워진 시작이 '11번가' 문제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라며 "SK스퀘어 인사때 한명진 대표를 유임시키고, 듀얼 CIO(최고투자책임자) 체제를 CIO∙포트폴리오매니지먼트로 통합해 손재승 CIO로 통일하며 그룹 차원에서 '11번가'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다만 11월 SK스퀘어의 콜옵션 행사를 앞두고 콜옵션 행사 또는 FI를 설득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한 계획을 올해 상반기 내에는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FI들이 경영권 매각 등 모든 조치를 고려하고 있는 만큼 기다리는데에도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이 '11번가'에 대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같은 유통업에 속한 '홈플러스' 사태가 반면교사가 됐다는 것이 IB 업계의 시각이다. MBK파트너스에 대한 투자자(LP), 정치권 등 사회전반적인 성토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SK그룹이 같은 유통업인 '11번가'를 그대로 뒀다가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SK그룹의 앞으로 '에쿼티 파이낸싱'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국민연금과 관계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위기 의식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계열사 문제가 산적해있는 만큼 앞으로도 기관투자자와 관계가 중요한 상황이다. SK온은 프리IPO 투자(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면서 2026년 IPO(기업공개)를 약속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 분기 흑자전환한 2024년 3분기 전까지 11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SK온의 국내외 공장 평균 가동률은 2023년 87.8%에서 2024년 43.8%에 불과하다. SK온의 2024년 사채 및 장기차입금은 직전년도 대비 약 두 배(94.7%) 늘어난 15조5996억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김마이클민규 한투PE대표는 SK온 이사회에서 “IPO는 일정대로 (2026년에) 진행되어야 한다”고 압박한 바 있다.
■ IB업계 "SK그룹 11번가 문제 총력 기울일 듯"
앞서 SK온은 지난 2021년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 물적 분할한 이후 자금조달을 위해 프리IPO 투자를 유치했다.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는 두 차례에 걸쳐 총 1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스텔라인베스트먼트도 75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MBK파트너스, 블랙록, 힐하우스캐피탈, 카타르투자청 등으로 이뤄진 MBK컨소시엄이 약 1조5000억원을, 사우디아라비아 국립은행 자회사인 SNB캐피탈이 약 1900억을 투자했다. 프리IPO 라운드에서 SK온이 FI로부터 조달한 누적 투자액은 3조원에 달한다.
SK온은 프리IPO 투자를 받으면서 FI들과 콜앤드래그 조항을 이행키로 했다.
SK온이 오는 2026년(최대 2년 연장 가능)까지 내부수익률(IRR) 7.5% 이상 등 조건으로 상장(IPO)하지 않으면 SK온의 최대주주인 SK이노베이션은 FI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해야 한다. 콜옵션을 포기할 경우 FI는 SK이노베이션 몫 지분까지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드래그얼롱)을 발동할 수 있다는 조건부다.
IB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의 투자전문 중간지주사 SK스퀘어는 드래그얼롱을 발동하기 전 최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한다는 암묵적인 룰을 깨고 '11번가' 콜옵션을 포기하며 자본시장에 문제를 일으켰다"며 "SK그룹 입장에서는 자본시장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11번가' 문제 해결이 절실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스퀘어 관계자는 "SK스퀘어는 FI와 긴밀한 논의를 통해 11번가의 공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11번가의 책임 경영을 강화해 수익성과 자생력을 높이고,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김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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