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中·印 공장 늘린 국내 기업
현지 생산 가전제품 관세 직격탄
美수출 1위 자동차도 25% 관세
기업들 美생산 확대 등 대응책 고심
현지 생산 가전제품 관세 직격탄
美수출 1위 자동차도 25% 관세
기업들 美생산 확대 등 대응책 고심

미국의 '관세폭탄'이 현실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특히 베트남, 인도,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제조업체들은 초비상이 걸렸다. 국내기업들은 당초 관세 부과가 예고됐던 멕시코 공장의 대체지로 베트남, 인도 등지의 아시아권 공장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베트남 역시 관세폭탄 영향권에 들면서 충격에 빠진 기류가 역력하다.
■해외의존도 높은 가전·스마트폰 부담 가중
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관세 부과로 삼성전자, LG전자는 글로벌 공급망 내 생산지 조정을 검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베트남과 인도는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핵심 가전 거점이다. 삼성전자는 베트남에서 스마트폰, 네트워크 장비, TV,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그룹은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화학 등이 베트남 내 7개 생산법인을 포함해 총 12개 법인을 운영 중이다. 인도에서는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태블릿, 냉장고 등을 생산하며 LG전자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을 제조한다.
미국 시장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가격경쟁력 저하도 우려된다. 삼성전자는 경북 구미를 비롯해 베트남, 인도, 브라질, 인도네시아, 터키 등에 스마트폰 생산라인이 있다. 상호관세율 46%가 적용된 베트남은 연간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책임진다. 인도(27%), 한국(26%), 브라질(10%) 등도 두자릿수의 상호관세율이 적용됐다.
가장 손쉬운 대응방안은 생산지 이전이다. 관세율이 비교적 낮은 브라질 같은 지역이 거론된다. 그러나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별 생산능력(캐파)이 한정된 데다 라인을 증설해도 가동까지 수년간 생산공백이 불가피하다. 막대한 투자비용도 부담이 된다. 삼성전자는 탈중국 대안으로 베트남, 인도 등 신흥국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부은 상태다. 미국 등으로 공장 이전 시 예상되는 신흥국의 거센 반발도 부담이다.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완전 철수한 뒤 중저가 모델만 중국 등 해외 업체에 외주를 주는 합작생산(J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는데, 향후 중국 외 신흥국으로 거점 다변화를 모색할 가능성이 커졌다. PC의 경우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미국 내 합산 점유율이 1% 미만으로 추정돼 당장 관세 여파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車 최소 50만대 관세 영향권
앞서 품목별 관세 25%를 맞은 자동차 산업은 상호관세 대상에선 빠졌다. '50%' 관세폭탄은 피했지만 25% 관세 부과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제1의 수출품목인 자동차 산업의 대미 수출의존도는 51.5%(전체 자동차 수출 중 미국 수출량)나 돼 우리 수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클 전망이다. 각사별 전체 수출과 비교하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비중은 46.6%, 한국GM은 84.8%에 달할 정도로 높다. 특히 자동차는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만큼 관세 부과 여파로 우리 수출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클 전망이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수입 자동차에 대한 25% 관세 적용 시 한국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63억5778만달러(9조20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들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현지에서 연 120만대 생산체제를 갖춰 '메이드 인 USA' 차량을 대폭 늘리기로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나, 연간 미국시장 판대대수(170만대 이상) 중 50만대는 관세 영향권에 놓이게 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조은효 최종근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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