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에 경제정책 뒷전 우려
정치권, 긴급한 추경부터 합의를
정치권, 긴급한 추경부터 합의를

나라경제가 내우외환 위기에 빠져 있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폭탄에 수출과 성장률 하락, 내수 침체 등 우호적 여건을 찾기 어렵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되고 앞으로 두 달간은 대선 정국이다. 12·3 비상계엄부터 대선까지 반년이 넘는 시간 후퇴를 거듭하고 있는 우리 경제는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 과열된 대선 판에 시급한 민생·경제 현안이 뒷전으로 더 밀릴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콜롬비아·리투아니아 제외)에 중국을 더한 주요 37개국 중에 우리나라는 지난해 4·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066%로 29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2·4분기에는 32위까지 추락했다. 세 분기 연속 하위권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인데, 올 1·4분기 성장률도 0%대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경제를 지탱해온 수출 부진이 큰일이다. 올 1~3월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 줄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철강·자동차 25% 관세와 9일 상호관세까지 더해지면 타격은 더 클 것이다. 한은 뉴욕사무소는 지난 3일 해외투자기관 분석을 인용한 보고서에서 "상호관세 부과 등으로 올 한국 경제성장률이 약 0.5~1.0%p, 자동차 수출이 줄어 0.2~0.5%p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같이 한국도 긴 침체의 늪에 빠져들고 있어 우려스럽다.
계엄부터 파면까지 지난 4개월 경제는 더 무겁게 짓눌렸다. 컨트롤타워가 없어 외교안보는 패싱당했다. 기업들 홀로 관세전쟁에 맞서 고군분투했다. 이어지는 6월 대선 후 정책 변화를 고려해 기업들은 투자결정을 보류한 채 움츠리고 있다. 경쟁국들은 몇발 앞서 뛰어가는데, 우리는 반년이라는 적지 않은 시간을 극한 정치혼란 속에 허비하고 뒤처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민생·경제 살리기에 국력을 모아야 한다. 우선 추가경정예산부터 처리하자. 정부가 제출한 산불 피해복구 등 10조원 추경에 더해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신산업 지원을 확대해 규모를 늘릴 필요가 있다. 6월 초에 들어설 새 정부가 제2의 추경을 하더라도 2·4분기 내에 10조~20조원 정도의 추경 집행은 긴요하다. 늦어질수록 경기부양 효과 대비 더 많은 재정을 써야 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과 같이 경제진작 효과가 없는 선심성 현금 살포 예산을 고집하지 말고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백척간두의 경제와 국익 앞에서 정치는 협치해야 한다. 윤 대통령 파면을 선고하면서 정치권을 향해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을" 주문한 헌재의 지적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반기업·반시장 입법폭주를 멈추고 합의를 이끌어갈 것을 촉구한다. 대선의 소용돌이에 민생과 경제 정책마저 휩쓸리면 국민이 치러야 할 대가는 더 클 것이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정부 또한 마지막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다. 국익과 직결되는 대미통상 대응과 외교안보에 만전을 기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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