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의 메카’ 서울 대학로는 부산에서도 유명했다. 대학 입학을 위해 상경한 소녀는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대학로부터 찾았다.
지하철 4호선을 이용하면 곧장 간다기에 주저없이 올라탔다. 하지만 가도 가도 ‘대학로역’은 나오지 않았다. 길을 잃었단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
“참 바보같죠? 사람들이 말하는 대학로가 혜화역이란 것도 몰랐으니….”
배우 전미도(28)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기억을 끄집어내며 까르르 웃었다. 특유의 풋풋함은 그대로지만 지난해보다 한층 예쁘고 세련된 모습이다.
지난해 창작뮤지컬 ‘사춘기’에서 난생 처음 주연을 맡았을 때만 해도 무척 외로웠다. 7명의 등장인물 가운데 유일한 여배우였지만 그에게 쏠린 관심은 작았다.
분위기는 관객 앞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바뀌었다. 낭랑한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여고생과 중년의 여인 등 1인 5역을 무리없이 해낸 전씨에 대해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이어 배우 윤석화씨와 연극 ‘신의 아그네스’에 도전했다. 젊은 시절 윤씨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아그네스의 이미지는 전씨에게 살포시 옮겨갔다. 사람들은 흥분했고 환호했다. ‘제2의 윤석화’라는 호칭을 얻었고 지난해 말에는 ‘대한민국 연극대상’에서 신인여우상까지 받았다.
“기대주, 샛별 등 쏟아지는 관심에 기분이 참 좋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두려워졌어요. 인터뷰 때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 활자가 돼 떡하니 종이에 찍힌 걸 보면서 ‘내가 이런 말도 했구나’라고 깜짝 놀라기도 하구요.”
그는 홀어머니 손에 두 오빠와 자랐다. 감수성이 예민한 그는 마음을 터놓고 대화할 친구가 필요했다. 오빠들은 나이차가 많이 났고 생계를 책임지느라 바쁜 어머니에게는 투정조차 부리기 힘들었다.
고독함은 노래로 토해냈다. 고교시절 록밴드를 결성하고 노래방을 들락거리며 자기만의 세계에 빠졌다. 그런 그에게 돌아온건 ‘노는 아이’라는 손가락질. 딱히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오해는 좌절을 불렀다.
어머니는 ‘배우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대학에 진학하라’며 딱 한번의 기회를 줬다. 늦게 시작한 공부였지만 목적이 뚜렷하니 벅찬 것도 몰랐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생이 된 그는 서울살이와 예비 배우로서의 대비를 동시에 해야 했다.
“대학생때 늘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녔어요. 그때만 해도 어머니께 손을 벌려야 하는데 예쁜 옷까지 사달란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화려하게 치장한 친구들을 보면서 부러워한 적도 있죠.”
나름의 고비를 거쳐온 그는 최근 스테디셀러 뮤지컬 ‘김종욱찾기’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돼 또 한번의 기회를 거머쥐게 됐다. 2006년에 초연해 흥행 열풍을 일으키며 대학로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이 작품은 오나라, 김지현, 김지우 등 경력있는 여배우들이 거쳐갔다.
“그동안 ‘김종욱찾기’에 출연한 여선배들은 저보다 경력이 훨씬 많대요. 제작사쪽에선 저를 뽑아주시고도 걱정이 되는지 ‘꼭 잘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시더라구요.”
그는 스스로 ‘예쁘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엄살이다. 흰피부와 동그란 눈, 살짝 올라간 입매는 충분히 매력적인데다 지극히 동안이다. 어찌보면 어둠으로 점철된 수녀 ‘아그네스’보다 사랑을 갈구하는 로맨틱 코미디 퀸이 더 어울려뵌다.
“제 나이에 딱 맞는 역할을 맡아서인지 정말 기대되요. 저의 연기 멘토 윤석화 선생님이 말하길 ‘무대 위에서 예쁜 배우가 진짜 예쁜 배우’래요. 전 무대에서 예쁜 배우가 되고 싶답니다.”
/wild@fnnews.com 박하나기자
■사진설명=인터뷰를 마친 뒤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분홍색 스웨터 차림의 배우 전미도가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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