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은행

경매유예제도 활성화 안되는 이유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3.10.30 16:54

수정 2014.10.31 20:05

"집을 중개해 주고 싶어도 채무자가 연락이 되지 않아요. 채무자의 승인이 있어야 집을 매매중개를 하든지 할 텐데 연락도 되지 않고, 설사 연락이 된다고 해도 집이 가압류 당했을 경우 매매도 못해요. 경매유예제도를 제대로 활성화하려면 가압류 제도 등을 먼저 손봐야 할 것 같습니다." (A은행 담당자)

금융당국이 '하우스푸어' 대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경매유예제도'가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채무자의 연락 두절 등으로 매매중개조차 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를 이루면서 정책의 의미를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집을 담보로 받은 주택담보대출 이외에 개인적으로 주택을 또 담보로 설정한 '이중 담보'된 경우도 많아 은행권 등 금융회사들만으로 해결할 수 없어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경매유예제도는 연체 중인 채무자가 법원 경매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담보물을 처분할 수 있게 경매신청을 6개월간 유예해 주는 제도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에 경매유예제도 실적과 활성화 여부에 대해 의견을 청취했다. 은행들에 따른 경매유예제도 실적은 '경매유예' 건수는 지난 8월 말 276건이며 주택 매매가 체결된 계약 건수는 4건에 불과했다.

지난 6월 말 은행연합회 등이 나서서 은행권 외에 2금융권, 상호금융회사 등으로 대상 금융사를 넓혔지만 실제 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금융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경매유예제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경매신청 유예기간은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기로 했다. 유예기간 채무자가 주택을 팔아서 원리금을 상환할 경우 기존 연체 이자도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매유예제도가 제대로 확대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채무자와의 연락 두절'이다. 은행들도 채무자와 연락이 되지 않아 경매유예만 해놓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채무자가 있어야 매매중개 합의 또는 매매가 될 텐데 이들 대부분이 가압류와 사금융 업자들의 협박 등을 피해 연락을 끊은 사람들이어서 은행으로서도 경매유예제도를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주택이 은행권의 담보로만 설정된 것이 아니라 개인 거래 간의 담보로 잡힌 경우도 있는데다 조세체납 등으로 가압류가 걸린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압류가 돼 있을 경우에는 매매 자체가 되지 않는다. 주택을 매각해 대출을 상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권의 노력만으로 경매유예제도를 활성화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았다"며 "우선 채무자들과의 연락이 닿아야 하는 문제가 있어 은행들에 좀 더 노력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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