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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를 말지'.. 한달 식대 달랑 1000원주는 회사

뉴스1

입력 2019.07.20 09:00

수정 2019.07.20 13:50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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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박기범 기자 = "1000원으로는 삼각김밥도 사 먹을 수 없다"는 푸념이 나오는 요즘, 단돈 1000원을 월 식대로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가 그들이다.

굉음을 내는 지하철이 수없이 오가고 수많은 사람들이 밀려드는, 하루 평균 100만여명이 이용하는 부산지하철. 이곳이 1000여명에 달하는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의 일터이다.

아침 6시부터 밤늦게까지 이들은 지하철 환경개선을 위해 지하철 곳곳에서 일을 한다. 역사, 차량, 기지창 등 근무지에 따라 2, 3교대로 지하철 환경을 책임지고 있다.
많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만큼 환경 정비는 시민 편의와 직결돼 업무 책임감이 높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이들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1000여명의 청소노동자들은 11개의 용역업체 소속이다. 이들이 월 식대를 받기 시작한 건 지난해 6월부터다.

오전 6시에 출근해 오후 3시에 퇴근하는 노동자를 비롯해 많게는 하루 두 끼를 근무시간 중 해결해야 하는데 최저임금을 받는 이들에게 식대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청소노동자들은 식대를 요구했다.

하지만 용역업체는 원청인 부산교통공사에서 식대를 따로 용역비에 산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의 요구를 거절했고, 계속된 요구 끝에 '상징적'으로 산정된 금액이 바로 월 1000원이다.

반면 부산지하철 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재 월 7만원의 식대를 받고 있다. 올해 단체교섭 결과에 따라 내년부터는 월 10만원의 식대를 받게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간 식대가 100배에 달하는 것이다.

1000원. '말도 안되는 금액'이지만 청소노동자들은 이를 시작으로 노동환경이 개선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실제 11개 용역업체 가운데 7개 업체가 올해 식대를 대폭(?) 올렸다. 기존 1000원에서 10배 많은 1만원을 더해 1만1000원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이 1000원만 받고 있다. 7개 용역업체는 소규모여서 여기에 소속된 노동자는 400여명. 반면 4개 업체 소속 노동자는 600여명에 이른다.

용역업체는 소속 노동자들 수에 대비해 수익이 발생하는 만큼 4개 업체의 수익이 더 크지만 노동환경 개선을 향한 이들의 노력은 매우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동자들은 4개 업체를 상대로 식대 인상을 요구하며 지방노동위원회까지 이 사안을 가져갔다. 이 과정에서 용역업체는 ‘격려금’ 명목으로 5만원을 지급했다. 업체로서는 1인당 연간 7만원을 절약한 셈이다.

20여년 만에 식대를 받았지만 청소노동자들에게 식사시간은 여전히 부담이다. 노동자들은 돈을 모아 쌀을 사고, 각자 반찬을 준비해와 휴게실에서 식사를 한다. 지하철은 취사가 금지돼 전기밥솥 외에는 이용이 불가능하다.

휴게실에서 '오순도순' 먹는 한 끼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꽉 막힌 ‘지하철’이란 공간, 여기에 마련된 휴식공간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지 않아 여름이면 ‘휴식’이란 제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

특히 '지하'로만 연결돼 있는 1, 2호선의 경우 잠깐 바람을 쐬기 위해 밖을 나가기조차 쉽지 않다. 흘린 땀을 씻어내기 위한 샤워시설도 없어 여름이면 그야말로 땀으로 범벅된다.

청소노동자들은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며 지난 1월부터 부산시청과 부산교통공사 앞에서 4개 용역업체 모두 1만원으로 식대를 올려줄 것을, 나아가 원청인 부산교통공사가 식대를 용역비 산정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는 외면받고 있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방침에 따라 공공기관 비정규직인 청소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노동환경 개선은 뒷전으로 밀려 나 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 부산시의회까지 지역에서는 부산교통공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해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매년 용역비로 지출되는 600억원, 여기서 발생하는 '부가세'와 용역업체 이윤으로 산정된 33억원을 절감하면 재정을 절감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확보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부산교통공사는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구상하고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부산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노기섭 시의원은 "자회사 전환의 경우 매년 90억원이 이윤 및 부가세로 지출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개선 효과는 극히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지하철 청소노동자 황귀순씨는 "매달 1000원, 이 식대는 청소노동자의 근로환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나은 노동환경에서 근무하며 지하철 환경을 지키고 싶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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