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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사우디-러시아 석유전쟁 개입 검토...셰일 업계 살려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3.20 13:29

수정 2020.03.20 13:29

지난해 11월 24일 촬영된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의 석유 시추기.로이터뉴스1
지난해 11월 24일 촬영된 미국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의 석유 시추기.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달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석유전쟁'을 지켜보던 미국이 양국의 다툼에 외교적으로 개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석유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너무 떨어져 미국 내 셰일 산업이 붕괴 위기에 몰렸기 때문이다.

전날 24.4% 폭락으로 2002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4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9일(현지시간) 뉴욕 시장에서 23.8% 뛰어 역대 최대 상승폭을 기록하며 배럴당 25.2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시장에서 거래된 브렌트유 가격 역시 14.4% 상승해 배럴당 28.47달러에 이르렀다. 미국의 국제유가 개입 기대가 유래 없던 폭락장을 반등으로 이끌었다.


■사우디 설득으로 감산 유도
미 정부 관계자들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미국이 사우디에게 석유 생산량을 이달 증산 결정 이전으로 되돌리라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미 정부는 사우디와 협상에서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추가해 사우디의 감산이 러시아의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해 사우디의 양해를 얻어낼 계획이다. 사우디가 주도하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기타 산유국들은 유가 부양을 위해 지난 2016년 감산에 합의하고 올해까지 약속을 지켰지만 지난 6일 협상에서 러시아가 감산 연장을 거부하며 사이가 틀어졌다. 국제유가는 사우디가 11일 러시아에 맞서 산유량을 대폭 늘리면서 크게 떨어졌다.

WSJ는 미국이 냉전 이후 긴장 악화를 피하기 위해 러시아의 석유 수출을 직접 공격하는 조치를 자제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행보가 이례적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금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우크라이나 내전 개입, 베네수엘라와 석유 거래 등 여러 이유로 러시아 정부 및 국영 에너지기업 로스네프트의 주요 인사들을 제재하고 있다. 그러나 미 기업과 동맹들의 예상치 못한 피해를 감안해 로스네프트의 국제 거래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조치는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19일 연설에서 "적절한 시기"가 되면 석유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며 "우리는 현 상황에 대처할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저유가가 미 소비자에게 도움이 된다면서도 "우리는 일종의 중간지대를 찾으려 한다"며 "러시아는 경제 전체가 석유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현 상황에 매우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美 셰일 업계 붕괴 임박
임기 내내 저유가를 선호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마지못해 행동에 나선 것은 미 셰일 산업 전체가 무너지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미 셰일 에너지 개발업체인 파이오니아천연자원의 스콧 쉐필드 대표는 WSJ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트럼프 정부가 사우디 및 러시아와 협상에서 외교적 수단을 쓰길 바란다"며 최근 최대 셰일석유 산지인 텍사스주의 주정부와도 접촉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앞으로 18개월 안에 셰일 석유와 셰일 천연가스 분야가 사라지는 상황을 막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석유 산업은 셰일 석유 개발이 급물살을 타면서 생산량 부분에서 2018년 세계 1위까지 올라갔으나 수익성 면에서는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 셰일 석유는 채굴 자체가 중동 석유보다 어려운 만큼 유가가 최소 배럴당 30~50달러를 유지해야 겨우 손익분기점을 맞출 수 있다. 미국 내 석유 가격은 올해 들어 60% 떨어졌고 미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8일 대표적인 미 셰일 기업인 옥시덴털페트롤리움의 신용등급을 투기등급으로 내렸다.
미 에너지부는 19일 발표에서 중소 석유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3000만배럴의 전략 비축유를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소식통들은 같은날 WSJ를 통해 업계 경영자들이 텍사스주 셰일 산업을 관장하는 텍사스철도위원회(TRC)에 석유 생산량 감축을 건의했다며 텍사스주가 생산량을 일부러 줄이는 경우는 1970년대 이후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쉐필드 대표는 지금보다 약 10% 정도 감산이 필요하다며 소형 업체들은 감산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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