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정은지 기자 = 서울 강남권에 살고 있는 자산가 윤모씨는 지난해 같은 유동성 장세는 조만간 다시 맞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적극투자 성향인 그가 대박을 노리는 과감한 투자보다는 투자 자산을 분산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재테크 전략을 선회환 이유다. 윤씨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회수 구간에서 취약할 수 있는 장기채, 부동산 등의 비중을 줄이고 저평가된 국내주식이나 해외 ETP(상장지수상품) 등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둔 자산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윤씨를 포함해 강남권 자산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달러 등 현금성 자산의 비중도 늘리고 있다. 또 자산가들 사이에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연금저축 등 절세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점차 재테크 전략이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권 자산가들의 재테크를 돕고 있는 증권사·은행 소속 프라이빗 뱅커(PB)들은 기준금리 인상 현실화로 인한 변동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투자 자산을 분산하라고 입을 모았다. 또 금리 인상기에 맞는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고 글로벌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둔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 전략 급변경하기보단 변동성 대비 수준으로 전략 손봐
<뉴스1>은 정세호 한국투자증권 GWM센터 팀장, 김현식 메리츠증권 강남프리미엄WM센터 상무, 김현주 하나은행 압구정역PB센터 부장, 황성훈 미래에셋증권 서초WM 차장, 익명을 요구한 IBK투자증권의 PB 등 PB 5명으로부터 최근 고객들의 투자 동향과 함께 금리 인상기의 바람직한 재테크 전략을 들어봤다.
올해 하반기(7~12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백신 보급 및 미국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점진적 축소) 이슈와 함께 이미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다. 나아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해 금리가 급하게 오르지는 못할 것이라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어, 강남권 자산가들은 투자 전략을 급변경하기보다는 실제 금리 인상이 이뤄져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경우에 대비하는 수준으로 전략을 조금씩만 손 보고 있다.
한투증권의 정세호 팀장은 "고객들은 지난 한 해 지속된 유동성 장세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다소 쏠림이 있는 투자보다는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둔 자산군별 분산 투자에 보다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달러·인컴성 자산 등에 분산 투자하고, 금·은·장기채 지양"
PB들은 금리 인상 현실화로 인한 변동성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투자 자산을 분산하라고 입을 모았다.
하나은행의 김현주 부장은 "현재는 명확한 방향성 투자보다는 포트폴리오 배분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금리 인상 수순이지만 주식 랠리가 계속될지, 조정 후 추세 하락으로 이어질지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다가올수록 달러 강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포트폴리오에 미국 달러를 편입하는 것은 좋다"고 부연했다.
메리츠증권의 김현식 상무는 "금리 인상 시기 및 속도 등과 맞물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포트폴리오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일정 현금과 주식 상관관계가 적은 인컴성 자산 비중을 유지해서 기본에 충실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달러, S&P500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비중 90% 수준의 채권혼항형 상품 등을 제시했다.
금·은 등 안전자산과 장기채에 대한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 한투증권의 정세호 팀장은 "금리 인상기는 결국 경기의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에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실질금리와 역의 상관관계가 큰 골드의 경우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봤고, IBK증권 PB는 "단기채를 전체 채권 자산 중 절반 이상으로 확보하고, 장기채의 비중은 조금씩 줄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금리 인상 수혜 금융주 또는 실적 성장 예상되는 섹터 선택해야"
각국 중앙은행은 보통 경기가 좋지 않을 때 기준금리를 내려 시장에 돈을 풀고, 경기가 좋으면 금리를 올려 돈을 회수한다. 최근 한국은행 뿐만 아니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에 맞는 투자처를 찾는 게 중요하다.
미래에셋증권의 황성훈 차장은 "은행·보험 등 금융업종은 금리 인상으로 주가가 오를 수 있다. 미국에서도 골드만삭스 등의 금융기업들이 신고가를 경신한 상태"라면서 "주식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에서 금융주의 비중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IBK증권 PB는 "추세적인 금리 상승이 지속되지는 않겠지만 그 안에서 은행은 충분한 수익을 만끽할 수 있고, 최근 카카오뱅크의 상장으로 은행주들의 절대적인 밸류에이션(실적 대부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하나은행의 김현주 부장은 탈탄소 클린에너지와 선진국의 리오프닝 관련 우량주, 미 정부의 인프라 투자 관련 수혜주 등을 유망 업종으로 제시했다. 그는 "금리 인상기 시장의 관심은 인기있는 종목 위주에서 실적이 탄탄한 종목 위주로 전환되기 때문에 현재 좋은 실적이 나오고 있고, 향후에도 이익 실적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섹터·종목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금리 인상 전 대출 원금 축소"…중도상환수수료 등 따져봐야
PB들은 최근 2년 동안 유지된 한국은행의 기준 금리 하락 기조가 바뀐다면 변동금리형 대출을 고정금리형 또는 혼합금리형 대출로 갈아타는 등 금리 인상기에 맞는 대출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준금리는 시중은행이 한국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적용되는 이자율이다. 시중은행은 이 돈을 바탕으로 개인이나 기업 등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기준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고객이 내야 하는 대출 이자도 올라간다는 뜻이다. 금리가 오른다면 고정금리 대출자가 유리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존 대출을 무작정 고정금리로 갈아타서는 안 되고, 이때 발생하는 중도상환수수료와 대출 한도 등을 따져보는 게 좋다.
IBK증권 PB는 "대출 금리 이상의 투자 수익을 얻지 못할 경우 레버리지 효과는 소멸되고, 투자 리스크를 져야 하기 때문에 금리 인상 전에 미리 대출 원금을 어느 정도 축소시켜 놓는 것도 훌륭한 투자 전략"이라고 했다. 또한 하나은행의 김현주 부장은 예금의 거치기간은 장기보다는 단기로 연장할 것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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