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50건씩 끊이지 않는데도
수사기관 구체적 통계관리 안돼
가중처벌 개정안 효과에도 의문
수사기관 구체적 통계관리 안돼
가중처벌 개정안 효과에도 의문
■통계 없어 대책도 없는 묻지마 범죄
18일 학계 등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는 해마다 50건 이상 발생한다. 그러나 수사기관 등 묻지마 범죄에 대한 구체적 통계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대책 마련은 어려운 상황이다.
불특정인에게 동기 없이 저지르는 묻지마 범행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9월에는 속초시 영랑호에서 30대 A씨가 산책 중이던 커플에게 흉기를 휘둘러 크게 다치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A씨와 피해 커플은 일면식이 없던 사이로, A씨는 심신미약 등을 이유로 재판에 연이어 불출석 하면서 재판 진행에 차질을 빚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정숙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경찰 등 수사기관에서 '묻지마 범죄'라는 용어에 대한 법적 개념 정립이 분명히 되어있지 않아 그간 통계 관리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발생건수가) 해마다 50건인데 마음만 먹으면 통계를 못 낼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라고 강조했다.
실제 수사기관에서 발표한 '묻지마 범죄' 관련 통계는 대검찰청이 지난 2017년 국정감사 때 제출한 자료 이후로 전무하다. 당시 대검 자료에 따르면 묻지마 범죄로 분류된 기소 사건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54건 발생했으며, 범죄 유형별로는 상해가 연평균 28.4건, 살인(미수 포함) 사건도 연평균 12.6건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재범 방지를 위해 묻지마 범죄 통계 관리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윤 위원은 "이상동기 범죄자, 소위 묻지마 범죄 가해자들 가운데 재범자의 비율이 75%에 달한다"며 "이들을 재범고위험군으로 구분해 경찰, 교정, 사회복지 시설 등이 함께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중처벌' 법안까지 발의됐지만21대 국회는 묻지마 범행에 대해 가중 처벌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1월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묻지마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기존 형벌의 2배까지 처벌할 수 있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발의안은 국회에 계류 중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단순 가중처벌만으로는 묻지마 범행 단죄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행으로 상해, 살인 등을 저질렀다면 해당 행위에 대해 적절한 양형을 내리는 것이 필요하지, 가중처벌 규정을 새로 만든다면 누더기 법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묻지마 범죄'라는 단어 자체가 법적 용어가 아닌 언론 등에서 만든 단어이기 때문에 이를 법에서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부터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중처벌 대신 사전적 대처가 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묻지마 범죄의 대다수 가해자가 '사회에서 스스로가 인정받지 못한다'는 심리적 '모멸감'을 느껴 사회를 향해 분풀이를 시도하는 경향이 많다"며 "이러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속적 관심과 사회화 교육 프로그램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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