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10대 청소년 2명이 무면허로 전동 킥보드를 타고 인도를 달리다가 8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Personal Mobility)의 위법운행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으나 대여 절차는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8월1일 오후 7시쯤 세종시의 한 건널목에서 보행 신호를 기다리던 80대 여성 A씨가 중학생 2명이 몰던 킥보드에 치여 사망했다고 5일 SBS가 보도했다.
이 학생들은 인도 위를 달리다가 A씨를 들이받았고, 이때 A씨가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를 세게 부딪쳤다. 뇌출혈을 일으킨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보름 만에 숨졌다.
CCTV에 포착된 사고 장면에서 킥보드에는 10대 청소년 2명이 타고 있었다. 운전자 학생은 킥보드를 잡고 있었고, 나머지 학생이 뒤에 매달려서 같이 탄 상황이었다.
문제는 킥보드 운전은 최소한 오토바이 같은 원동기 면허 이상을 소지해야 하는데, 이들은 면허가 없는 상태였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 통행금지와 2인 이상 탑승 금지를 모두 어긴 것으로 확인됐다.
면허가 없는데 킥보드를 대여할 수 있었던 건 허술한 운전 면허증 인증 절차 때문이었다.
유택수 세종남부경찰서 교통관리계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인증 절차를 진행할 때 '다음에 인증하기'로 해서 넘어가면 일시적으로 전동 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서 운행이 가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유가족은 "실제로 탑승하는 사람이랑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으면 이런 사고가 없었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은 사고를 낸 두 학생을 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4일에도 서울 영등포구 도림천에서 산책하던 60대 남성이 전동 킥보드에 치여 쇄골이 부러지고 목뼈를 다치는 등 전치 10주의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피해자는 하반신 마비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며, 당시 사고 직후 도망간 가해 운전자인 50대 남성은 경찰 추적 끝에 붙잡혀 조사 중이다.
한편 전동 킥보드와 같은 개인형 이동장치가 급속히 확대되면서 사고와 인명피해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PM에 의한 사고는 2020년 894건에서 2021년 1735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같은 해 사망자를 비교했을 때도 10명에서 19명으로 늘어났다.
아울러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단속에서 PM 위법 운행 적발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151.6% 증가한 2만1417건을 기록했다. 유형별로는 '안전모 미착용'(1만7681건)이 가장 많았으며 △무면허운전(1847건) △음주운전(768건) △승차정원 위반(274건) △보도통행(270건) △기타(1875건)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안전모 미착용, 미성년자 무면허 운전, 2인 탑승과 같은 현실적 문제들을 조속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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