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트러스 "감세안 성급" 사과... "총선 이끌 것" 사퇴는 일축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10.18 18:15

수정 2022.10.18 18:15

신임 재무장관 감세정책 철회 뒤
"너무 멀리, 빨리 갔다" 대국민 사과
보수당 불신임 서한으로 사퇴 압박
사퇴 요구 선그었지만 총리직 위태
연합뉴스
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사진)가 17일(이하 현지시간) TV 인터뷰 형식을 빌어 감세안이 불러온 금융시장 혼란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했다.

신임 재무장관 제러미 헌트가 트러스의 성급하고 대책없는 감세정책을 사실상 전부 거둬들인 뒤 대국민 사과가 나왔다.

■"감세안, 성급했다" 사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러스는 이날 하원에서 헌트 장관이 그의 감세안을 대부분 철회하는 내용의 경제전략을 발표할 때만 해도 무덤덤해 보였다. 국채 발행을 통해 부유층의 세금 450억파운드를 깎아주는 등 트러스의 핵심 감세안이 철회됐지만 트러스는 무표정하게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실각 위기에 몰린 트러스는 이날 밤 B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전세 역전을 노렸다. 그는 쿼지 콰텡 전 재무장관을 해임한 자신의 결정이 불가피한 것이었다면서 책임을 콰텡에게 돌렸다. 트러스는 헌트 장관에게 '경제 안정성을 되찾기 위한 새 전략'을 감독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면서 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과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트러스는 "우리가 너무 멀리, 지나치게 빨리 갔다"고 덧붙였다.

보수당 내에서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트러스는 자신이 다음 총선까지 당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총리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기는 했지만 실제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서도 "다음 총선까지 보수당을 이끌겠다"고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그러나 트러스가 다음 총선까지 당수직과 총리직을 계속 지탱할 수 있을지 회의론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2025년 1월 이전까지 또 한번 총선을 치러야 한다.

■트러스 실각 불가피 우세

영국 장관 출신 인사는 이번 사태가 어떻게 끝날지는 이미 모두가 잘 알고 있다면서 트러스의 감세안은 보리스 존슨 전 총리가 저질렀던 실수보다도 훨씬 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러스의 감세안이 사람들의 일자리, 삶, 꿈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보수당 의원들에 따르면 평의원들로 구성된 '보수당 1922년 위원회' 수장인 그레이엄 브래디 경이 이미 상당수 의원들로부터 총리 불신임에 관한 서한을 받았다. 트러스는 이날 밤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각료들과 비상 대책회의를 가졌다.

하원 국방위원장인 보수당의 토비아스 엘우드 의원은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에즈 사태 이후 최악의 위기"라면서 "궤도는 정해졌다. 모두가 트러스가 나가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고 말했다. 트러스 총리 실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수에즈 사태는 1956년 이집트가 수에즈운하 국유화를 단행하자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영국이 프랑스, 이스라엘과 손잡고 침공한 사건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역사상 최대 사건으로 제2차 중동전쟁이라고도 부른다.
유엔, 미국, 옛 소련이 영국 등을 압박했고, 결국 영국은 동맹들과 함께 철수하며 더 이상 열강이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