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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난 현수막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먼저 현수막을 이른바 '공해'로 인식하는 입장이 있다. 전국 곳곳 교차로와 횡단보도에 어김없이 걸려 있는 정당 현수막에 지친다는 것이다. 이는 현수막의 문구가 자극적이거나 비방 등의 담은 경우가 많아서다.
더구나 일부 정당이 현수막 게시가 비교적 간편하다는 점을 이용해 시민들로부터 후원금 명목으로 일정 대가를 받고 이들이 의뢰한 현수막을 걸어주고 있는 사례도 확인됐다. (본지 2023년 4월 3일자 28면 참조)
그렇지만 '표현의 자유'나 '국민 알권리'를 언급하면서 현수막 게시가 필요하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현수막 난립을 걱정해 지자체나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현수막 문구를 규제한다면 '표현의 자유'나 '국민 알권리'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4일 만난 시민들은 현수막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서울 성동구에 거주하는 최모씨(45)는 "예전에도 현수막을 통해 정치적 목소리를 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요즘에는 도가 지나치다"며 "도시 곳곳에 사거리마다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금이 선거철도 아닌데 너무 많은 게 아닌가 한다. 이정도면 공해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고 밝혔다.
서울 용산 거주민인 김모씨(31)는 "대통령실 인근에 살아서 동네를 걷다 보면 현수막 오염이 심각하다"며 "인근에 박물관과 이태원 거리가 있는데 자칫 국가 이미지 손상이 될까 염려된다"고 토로했다.
현수막 숫자도 문제지만 문구에도 문제가 많은 상황이다. 현수막이 급증하고 있다 보니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방식으로 비방·조롱 등 과격한 내용의 현수막 문구가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송파구 사는 직장인 신모씨(50대)는 "거리 현수막에 너무 낯부끄러운 내용이 많다. 더욱이 극단적인 정치적인 내용만 가득해 불편하다"며 "사실 관심도 안 가고 홍보 효과도 없을 거 같은데 거리 경관 해친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신씨는 "(현수막이 필요하다는 쪽에서는) '정치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 등을 주장하겠지만 시민들도 공해를 보지 않을 자유가 있다"며 "도시 미관을 해치니 현수막 등은 단속 철저히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직장인 전모씨(28)도 "자극적인 멘트에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많다"며 "선거철도 아니면 불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안전의 이유로 현수막 난립이 걱정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학원생 이모씨(31)는 "가로 변에 현수막을 덕지덕지 붙는 것이 도시 외관상 좋지 못하다"며 "현수막을 지탱하는 노끈 등이 느슨하게 묶여 있는 경우도 있어 자칫 현수막이 떨어져 보행자를 덮치는 등 안전상의 이유에서도 좋지 못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지난 2월 13일 오후 9시께 인천 연수구 송도5동 행정복지센터 사거리 앞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20대 대학생 A씨가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다행히 인도 쪽으로 넘어져 차량과 부딪히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어두운 밤에는 현수막 끈이 잘 보이지 않다 보니 생긴 사고다. 만약 차도로 넘어졌다면 아찔한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도 있었다.
반론을 제기하는 시민들도 있다. 무분별한 점이 있지만 정보 제공이나 표현의 자유와 같은 순기능도 생각해야 한다는 것.
서울 목동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민모씨(30)는 "무분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적인 가이드라인에서 허용하는 건 괜찮다고 본다"며 "지역 정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문제가 있으면 선거관리위원회나 행정안전부에서 판단해서 철거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서울 관악구에 사는 직장인 고모씨(28)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 주목도가 있는 메시지 전달 방법이라고 본다"며 "아침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본 기사는 생각이 안 나도 아침에 본 현수막의 문구는 기억에 남아 있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 정모씨(30)은 "현수막을 거는 것 역시 표현의 자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미관상 좋지 않다고 경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사회를 향해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지만 표출할 수 없는 사회적 루트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사회가 개인의 의견을 표출하고 이것이 논의되는 공론장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수막이 많이 걸리는 것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현수막이 난립을 막을 방안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B씨는 "현수막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한다"면서도 "하지만 혐오 표현이나 무분별하게 걸린 모습을 보면 불편한 게 사실이다. 정당 스스로가 현수막 게시 지역이나 문구 등에 대해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 자극적이라고 숫자가 많다고 효과적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민단체 등에서는 정당 현수막의 순작용이 있다고 주장한다. 민생 문제가 약자들의 목소리를 정당 현수막을 통해 내고 있다는 것.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최근에 일부 정당에서 당명 사용 허락을 조건으로 현수막 설치를 허락해준다"며 "정치적인 사안은 아니지만 중요한 민생 문제를 해결해준다"고 전달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노유정 김동규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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