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가가 배상해야"
1987년 '재일유학생 간첩단 사건'에서 간첩으로 조작돼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정부의 허위 수사 결과 발표를 비롯해 지명수배도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양관수씨 등 그 가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는 1987년 9일 장의균씨가 일본 유학 시절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대남공작 조직과 접촉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연행했다. 장씨는 이 사건으로 징역 8년의 실형을 확정받고 복역했다. 이후 2017년 불법 구금 상태에서 강압 조사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양씨는 장씨에게 간첩 지령을 내린 사람으로 지목됐다. 안기부는 이같은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보도자료도 배포했다. 1982년부터 일본에서 생활하던 양씨는 안기부의 이 수사 결과 발표와 지명수배로 귀국하지 못하다 1998년 돌아왔지만, 안기부 수사관에게 끌려가 조사를 받아야했다. 검찰은 양씨에게 국가보안법 위한 혐의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했으나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후 양씨와 가족들은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국가 책임 일부를 인정해 양씨 등에게 총 1억4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수사발표·보도자료 배포, 불법 구금은 위법하다고 인정했으나 지명수배의 위법성은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불법 구금, 가혹행위 등 위법한 방법으로 수집된 증거에 기초해 이뤄진 수사 발표, 보도자료 배포, 원고에 대한 지명수배는 모두 수사 절차의 일환으로 전체적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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