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민간군사기업(PNC) 바그너그룹 장악에 나섰다.
아프리카, 중동 등에 진출해 있는 바그너 용병들을 직접 통제하면서 이들을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에 동원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이하 현지시간) 전세계에 뻗어 있는 바그너 용병 조직을 러시아 정부가 빠르게 장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그너 수장 예프게니 프리고진이 러시아 진군을 멈춘 수 시간 뒤 곧바로 크렘린이 해외 바그너 용병 장악에 나섰다는 것이다.
외교부 기민하게 대응
WSJ에 따르면 러시아 외교차관이 시리아 다마스쿠스로 날아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직접 크렘린의 뜻을 전달했다. 시리아 주둔 바그너 그룹은 더 이상 독자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러시아 외교부 고위 관리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CAF)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24일 무장봉기가 러시아의 아프리카 영향력 확장 흐름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바그너 그룹은 중앙아프리카 대통령 개인경호를 맡고 있다.
러시아 비상상황부는 시리아와 말리 사이에 관용기를 띄웠다. 말리 역시 바그너의 핵심 해외 기지가 있는 곳이다.
소식통들은 바그너 그룹의 무장봉기 뒤 러시아 외교관들이 기민하게 대응한 것은 국내 위기 상황에 따른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아프리카와 중동 우방들에게 바그너 그룹의 활동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확신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바그너에 새 주인
그러나 이 작업은 곧바로 바그너 그룹 장악으로 전환됐다. 민간기업인 바그너에 새 주인이 들어섰다는 뜻이다.
전세계 곳곳에서 잔학한 전쟁범죄로 악명이 자자한 바그너에 대해 러시아 정부는 그동안 거리를 둬왔다. 바그너가 독자적으로 취한 행동이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그러나 이번 실패한 쿠데타 뒤 바그너를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당위성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서아프리카 사헬 지역 미국 대통령 특사를 지낸 J 피터 팜은 "바그너는 러시아가 영향력을 구축하는데 도움을 줬고, (러시아) 정부도 지원을 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제 바그너에 러시아 정부가 직접 개입하게 됐다면서 책임은 피하면서도 바그너를 동원해 이익을 취하는 이 복잡한 과정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관건이 됐다고 설명했다.
바그너, 다이아몬드·목재도 수출
WSJ은 서방 관리들, 문서들을 인용해 크렘린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바그너를 십분 활용해 국제 영향력 확대와 돈세탁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바그너의 도움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한편 돈을 벌었고, 프리고진의 지주회사인 콩코드, 또 방대한 페이퍼컴퍼니 네트워크를 돈줄로 활용해 막대한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서방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바그너는 아프리카에서만 연간 수억달러를 벌어들인다. 이 돈으로 러시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비용도 마련할 수 있었다고 서방은 판단하고 있다.
바그너는 용병그룹이지만 일반 기업처럼 돈벌이에도 나서고 있다.
수단에서 금을 생산해 러시아로 수출하고, 중앙아프리카에서 다이아몬드를 캐내 이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한다. 또 파키스탄에는 목재도 수출한다.
아울러 지난 수년간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독재정권의 경호원 노릇을 하며 돈을 벌었고, 서서히 중남미와 카리브해 지역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바그너 용병 규모는 우크라이나, 러시아를 포함해 전세계에 3만명이 넘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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