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보건복지부 산하 전문가위원회인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와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1일 공청회를 열어 국민연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보험료율을 12%, 15%, 18% 인상 3개 안 중에서 선택하고 지급 개시 연령을 66~68세로 올리는 방식이다. 연금액은 늘리지도, 줄이지도 않고 그대로 유지할 것을 권고했다. '더 내고 그대로, 늦게 받는 안'이다. 현재 40%인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의견은 빠졌다.
현재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출범한 뒤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연금 지급액이 늘어나면서 적립기금도 빠르게 고갈되고 있고 2055년이면 소진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요율 인상이 필연적인 상황인데 문제는 미래 세대의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재정계산위가 하나의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채 3개의 요율 인상안을 제시하고 18개의 시나리오를 내놓은 것은 국민연금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12%, 15%, 18% 인상안을 적용하면 고갈 시기가 가각 2063년, 2071년, 2082년으로 늦춰진다. 이 가운데 중간치인 15% 인상이 유력한 것으로 여겨진다. 12%로는 개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급 시기는 66세, 67세, 68세로 늦추는 3가지 상황을 제시했다. 지급 개시 연령이 66세이면 고갈 시기는 2057년, 67세이면 2058년, 68세이면 2059년이 된다. 정년 60세가 유지되면 지급 시기를 늦출 경우 퇴직 후 연금을 받기까지 기다려야 하는 '연금 절벽' 기간이 3~5년에서 6~8년으로 길어진다.
보험료율을 높이고 지급 시기를 늦추면 젊은 층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연금개혁에 일부 국민들이 대규모 시위를 벌이고 있는 프랑스처럼 이번 연금개혁은 저항에 부딪힐 수 있다. 더욱이 앞으로 고령층의 비율이 더 높아지면 적은 인구의 젊은 층이 더 숫자가 많은 노인들을 먹여살려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다.
그럼에도 연금개혁이 중단되어서는 안된다. 연금 고갈을 눈 뜨고 지켜볼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은 2.8%로 OECD 평균(7.7%)의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정부 지출과 비교해서도 우리나라는 9.4%로 전체 OECD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6.2%) 다음으로 낮다.
결국 연금 고갈과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 재정을 더 투입하는 도리밖에 없다. 현재 9%인 국민연금 정부 부담률을 높이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세금을 많이 내는 젊은 층이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먼 장래를 보면 국가 재정을 더 투입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가령 보험료율을 15%로 하면 국가부담률을 그 이상으로 높이는 식이다.
지급 시기가 늦어지는 만큼 정년 연장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 국민연금 개혁과 정년 연장은 동시에 진행돼야 계층 갈등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커진다.
이번 안은 초안이라 정부에서는 위원회의 여러 안을 토대로 하나의 안을 결정해야 한다. 다음 달까지는 국회에 개혁안을 제출하는 게 목표다. 내년에는 국회의원 총선이 있어 10월 이후가 되면 포퓰리즘에 휘말려 또다시 연금개혁은 표류할 수 있다. 시한을 지키는 게 현재로선 가장 중요하다. 지금은 개혁의 마지막 골든 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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