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닛케이 '경기+정책' 훈풍… 34년만에 '버블' 넘어서는 日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23 18:26

수정 2024.01.23 18:54

엔저효과로 기업 실적 호조 속
BOJ '돈풀기' 정책 유지하기로
중국 떠난 외국인 "바이 재팬"
日 상승장 일등공신은 '반도체'
닛케이 '경기+정책' 훈풍… 34년만에 '버블' 넘어서는 日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이 '돈 풀기'(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키로 한 가운데 일본 주식시장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와 정책 훈풍이 동시에 불면서 일본 증시의 초강세 랠리가 계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돈풀기 계속" 日증시 또 날았다

23일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거래일보다 0.08% 소폭 하락한 3만6517.57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한때 지수는 3만7000 선까지 육박했다가 장 마감시간께 차익실현 매물이 증가하면서 종가 지수는 약간 밀렸다.

닛케이225지수는 전날까지 1990년 2월 이후 33년11개월 만의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는 중이었다.
차익실현 매물도 많이 나왔지만 지난 주말 미국 기술주 랠리에 더해 이날 열린 일본은행(BOJ) 통화정책결정회의에서 기존의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이 변함없이 유지되면서 약보합세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BOJ는 이날 이틀간 개최한 새해 첫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0% 정도로 유도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증권사의 한 담당자는 "선진국 가운데 완화적 통화정책을 지속하는 국가는 일본이 유일하다"면서 "이런 호재가 해외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현지 언론은 거품경제 붕괴 이후 34년 만에 역사적 최고가를 다시 넘보면서 장기 불황을 탈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적개선에 외국 자본도 유입

최근 일본 증시 상승은 기업의 실적개선과 더불어 엔저(엔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국 자본 유입이 동력으로 꼽힌다. 달러당 엔화가치는 지난해 10월 33년 만의 최저치인 151엔대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148엔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특히 경기침체를 이유로 중국을 떠난 투자금이 대거 일본으로 몰리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을 대체할 해외 투자처로 일본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외 투자자의 1월 둘째주(9~12일) 일본 주식 순매수액은 1조4439억엔으로,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컸다.

엔저발 기업실적이 견조한 데다 BOJ의 정책 기대감으로 당분간 일본 증시의 오름세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여전히 헤지펀드 등 단기세에 의한 선물 매수가 중심이지만, 일부 해외 투자자는 현물 비중을 크게 늘린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이어 "현물을 사는 해외 투자세는 선물을 매수하는 투자자보다는 중장기로 기업을 평가한다"며 "매수를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원픽'은 반도체, 각종 지표 신기록

일본 증시의 견인차는 반도체다. 일본 전체 시가총액에서 일본 반도체 21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로 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의 반도체 관련주는 세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종목에 속한다는 평가다.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는 올 들어 11% 상승해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SOX)의 상승(5%)을 앞질렀다.

고다카 다카히사 노무라증권 수석전략가는 "수요 회복을 기대해 인공지능(AI)뿐 아니라 반도체 관련주 전반에서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반도체기기협회(SEAJ)는 2024 회계연도에 일본 반도체 장비 판매가 전년 대비 27% 증가한 4조348억엔으로 2년 만에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했다. 반도체 장비 판매가 4조엔을 넘기면 최초가 된다.


닛케이는 "반도체 재고는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전기차(EV)와 생성형 AI의 확산으로 투자를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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