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과도한 임금인상 자제 권고
인력 쏠림 심해 중기 인력난 가중
인력 쏠림 심해 중기 인력난 가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4일 고임금 근로자의 임금인상을 자제해 그 돈으로 청년 채용과 중소 협력사 경영여건 개선에 힘써야 한다는 권고안을 회원사들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경총은 과도한 성과급 지급도 자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고 한다.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경총이 대기업들에 임금과 성과급 인상을 자제하라는 권고안을 전달한 것은 대기업 경영주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금인상률을 낮춰 마련된 재원으로 취업률이 떨어지고 있는 청년 고용에 쓰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에도 도움을 주라는 뜻이어서 의미가 다르다. 바람직한 권고이며, 대기업들은 경총의 권고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청년층 고용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고용률은 62.6%로 전년보다 0.5%p 상승했지만 청년층 고용률은 46.5%로 0.1%p 하락했다. 전 연령층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원하는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쉬고 있는 '쉬었음 청년'이 계속 늘고 있다. 일을 해도 단순노무직이나 임시직에 종사하는 청년이 많다.
경총의 권고도 이런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실적이 떨어지는 처지에 놓인 기업들 입장에서도 취업자가 원하는 만큼 고용을 늘릴 수는 없다. 결국 대안은 기존 사원들의 임금인상을 줄여서 해결하는 것밖에 없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격차는 날로 커지고 있고 임금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최근 일부 대기업은 10% 안팎의 높은 임금인상을 시행하고, 1000% 내외의 많은 성과급을 지급함으로써 임금격차를 더욱 키우고 있다. 국내 근로자 500인 이상 대기업들의 2022년 임금은 588만4000원으로 최근 20년간 157.6% 상승, 같은 기간 6.8% 감소한 일본(443만4000원)을 추월했다.
여기에는 이른바 '귀족노조'로 불리는 대기업 노조들의 임금인상 요구에 기업들이 끌려다닌 측면도 물론 있다. 지나치게 높아진 대기업의 임금을 안정시키지 않고서는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가 불가능하다고 경총은 주장했다.
과도한 임금격차는 국가 운영과 경제발전에 해악을 끼친다. 임금이 높은 대기업으로 쏠림현상이 심해져 임금을 적게 주는 중소기업은 구인난을 겪는 미스매칭이 발생한다. 국가적으로는 군인과 같은 위험하고 힘든 직업을 회피함으로써 국방력 등에 공백을 초래할 수도 있다. 중소기업의 구인난은 인력의 대기업 집중이 원인의 하나다.
대기업의 임금인상 자제는 결과적으로 중기 구인난 해결의 방책이 될 수 있다는 경총의 지적은 타당하다. 중소기업 협력업체 없이 대기업을 영위할 수 없다. 중기의 탄탄한 바탕이 있어야 대기업도 성장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중기의 경영난이 가중되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인력난까지 더해져 중소기업주의 어려움은 어느 때보다 큰 실정임을 헤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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