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 법안 본회의 단독 직회부 강행
"국민 원하면 포퓰리즘 아냐" 강변
"국민 원하면 포퓰리즘 아냐" 강변
수많은 부작용 양산이 우려돼 폐기됐던 법안을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렇게 급히 처리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국회에서 통과된다 한들 다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법안이라는 점을 볼 때 대통령에게 부담을 지우고 정부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선거에서 야당에 표를 준 것이 야당의 입법 폭주를 허용한 것이라고 착각해선 안 될 것이다. 대결과 분열보다 협치를 기대하는 국민들 심정을 야당은 헤아려야 한다. 새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정부의 강제매입 수위가 다소 완화되긴 했으나 핵심은 그대로다. 곡물 가격이 기준가에서 폭락하는 경우 정부가 곡물 초과생산량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것 등이 골자다. 이전 법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부담이 덜하다는 게 야당 입장인데 농가 경쟁력을 위한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지적엔 여전히 귀를 닫고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다.
야당은 양곡뿐 아니라 채소, 과일까지 정부가 가격보전을 해줘야 한다고 압박한다. 농산물에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시장가격이 이에 미치지 못하면 차액 일부를 정부가 강제로 메꿔주라는 것이다. 이날 본회의 직회부로 처리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 개정안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정부의 의무매수, 강제 차액보전은 과잉생산 유발, 재정부담 증가, 형평성 논란 등 파생되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채소·과일 가격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경우 시장이 왜곡될 가능성도 다분하다.
남아도는 쌀은 강제매입 방식이 아니라 수급을 고려한 농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게 최선이다. 지금 농촌에는 청년층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고령층만 남았다. 지난해 농민 두 명 중 한 명이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를 해소할 근본대책에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우선이다. 야당 방식으론 농업을 살리는 게 아니라 죽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정부 재정이 야당의 퍼주기 정책에 탕진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2015년 40.8%였으나 2021년 처음 50%를 돌파한 데 이어 2029년에는 60%에 육박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국가부채는 지난해 1100조원까지 늘었고, 기업들의 경영부진으로 세수는 줄면서 심각한 재정적자를 겪고 있다. 우리 경제의 앞날은 안갯속처럼 어둡다. 기껏해야 2%대 성장에 기업들이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야당은 이런 재정형편에 아랑곳없이 민생회복 긴급조치라며 전 국민 1인당 25만원 지급까지 들고 나왔다. 야당의 선거공약 중 하나인데 필요한 재정은 13조원 이상이다. 이재명 대표는 "국민이 원하는데 무슨 포퓰리즘이냐"고 강변한다. 원한다고 마구 재정을 뿌리는 것이 포퓰리즘이 아니고 무엇인가. 야당은 지지층만 보지 말고 국민 전체와 국가 미래를 더 깊이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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