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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野 플랫폼법 무더기 발의, 규제와 진흥 함께 가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7.15 18:24

수정 2024.07.15 18:24

지배사업자 지정·사전 규제 초점
혁신생태계 중요, 충분한 논의를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님 모임 등이 15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사장님 모임 등이 15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규탄 및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화상
대형 온라인 플랫폼을 규제하는 입법이 본격화되고 있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한 5월 말 이후 온라인 플랫폼법 5건을 무더기로 발의했다. 온라인 플랫폼 독점규제법 등으로 시장 지배사업자 지정과 규제에 초점이 맞춰졌다. 자사우대·끼워팔기·최혜대우 제한, 입점업체 단체구성권 명시 등 사전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다. 민주당은 당론으로 플랫폼법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미국 재계의 무역협정 위반 반대성명, 역차별 과잉규제 시비가 불거져 한발 물러섰던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플랫폼법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앞서 21대 국회에서 20건의 플랫폼법이 발의됐으나 논란 끝에 모두 폐기됐다. 내용이 엇비슷한 '재탕' 플랫폼법안은 창의적 고민도, 여러 이해당사자의 의견청취도 부족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생략한 국회와 경쟁당국의 과속 입법이 우려스럽다.

최근 대형 플랫폼의 일방적 행태가 플랫폼법 입법에 불을 붙였다. 국내 최대 음식배달 플랫폼사업자인 배달의민족의 중개수수료 기습 인상, 쿠팡의 자사상품 구매 유도 논란 등이 그것이다. 이번 일로 대형 플랫폼사업자의 독점적 횡포를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공감대가 커진 것은 사실이다. 소비자와 입점업체, 자영업자, 라이더 등 관련 종사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독과점 플랫폼의 일방적 가격인상, 시장질서 교란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정부 당국의 사후규제 권한이 취약한 것도 마찬가지다. 토종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는 우리와 시장환경은 다르지만, 유럽연합(EU)은 알파벳(구글)·아마존 등 대형 플랫폼을 사전지정해 불공정행위를 즉각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3월부터 시행 중이다. 일본, 영국 등도 유사한 플랫폼 관련 법을 도입할 것이라고 한다.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규제와 산업 진흥의 두 축이 균형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토종 플랫폼의 역차별 요소가 있는지 제대로 살펴야 한다. 국내 시장은 글로벌 기업,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과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시장지배 플랫폼사업자에 쏠림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플랫폼업체와 벤처업계는 "토종 플랫폼이 역차별받는 과도한 사전규제, 영업제한행위"라며 플랫폼법에 반대 입장이다. 벤처기업의 혁신, 해외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흘려들을 의견이 아니다.

플랫폼 산업과 시장을 활성화하되 건강한 생태계를 갖출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사사건건 규제 속에선 혁신가 창업이 싹을 틔울 수 없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 공유서비스 등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창업 의지를 꺾어버린다.
세상에 없던 또 다른 창의적 혁신적 플랫폼이 한국에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시장지배적 플랫폼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성을 강화하고 소비자와 참여자 권익을 보호하는 자율규제 노력도 함께 요구된다.
여야와 정부는 입법 과정에서 플랫폼과 연관된 다양한 사업자와 현장의 목소리를 더 청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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