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경영자 "불황 내년까지 계속"
지원책 마련, 특별법 처리 서둘러야
지원책 마련, 특별법 처리 서둘러야
ASML은 3·4분기 신규 수주도 당초 예상치(56억유로)의 절반에 못 미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1998년 이후 최대 폭락이었다. 자사 주가뿐 아니라 글로벌 빅테크와 세계 증시 전체를 혼돈에 빠트렸다. ASML 실적과 전망은 그동안 반도체 업황 바로미터 역할을 해왔던 탓에 증시 충격이 클 수밖에 없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곳이다. 이 회사의 매출 감소는 반도체 신규설비 투자 감소와 수요부족을 뜻한다. 우리도 반도체 겨울에 어떻게 대비할지 고민해야 한다. 기술혁신을 서두르는 것은 더 강조할 필요도 없이 중요하다.
ASML의 쇼크는 미중 패권싸움의 유탄 탓도 크다. ASML은 미국의 수출제한 조치로 중국에 최첨단 EUV 장비를 판매하지 못했다. 지난해 ASML의 매출 30%가 중국에서 나왔지만 내년 이 비중이 20%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중국 시장 통제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수출 통계가 아직 꺾인 건 아니지만 장기 전망은 안심할 수 없는 것이다.
중국의 침체가 길어지면 가뜩이나 둔화기에 접어든 PC, 모바일 칩 수요 감소는 더 가팔라진다. 푸케 CEO가 "지금 AI조차 없다면 시장은 매우 슬플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칩 시장이 AI 분야 말고는 성장이 힘들 수 있다는 뜻인데, 문제는 그나마 기대를 거는 AI칩 시장도 미국의 수출통제 불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정부는 AI 반도체 수출 시 국가별 한도를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엔비디아, AMD 등 기업의 AI 반도체 수출이 제한될 경우 국산 메모리칩이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다. 이뿐 아니라 전 세계 메모리를 석권해온 우리 기업들은 중국의 저가공습도 이겨내야 한다. '산 넘어 산'인 외부환경을 극복하고 초격차기술을 완성하는 것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정부도 이를 감안해 여러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경쟁국들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하다. 정부는 저리대출 등 내년까지 총 8조8000억원을 지원하고 도로, 용수·인프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을 실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미국,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은 자국 기업에 직접 보조금을 지급하며 파격적인 지원책을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와 한몸이 돼 뛰고 있는 해외 경쟁사들을 구경만 할 순 없지 않은가. 우리의 경우 송전선로 등 전력망 구축비용까지 기업에 분담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시급한 것은 반도체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해 산업을 뒷받침해 주는 일이다. 집권 여당마저 내부갈등으로 법안 추진에 미적대고 있다니 안타깝다. 반도체 산업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 반도체 산업이 흔들리면 성장도 고용도 타격을 받는다. 여당의 책임은 그래서 막중하다. 지체된 반도체 보조금 지원과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바란다. 여당이 이러면서 야당에 무슨 요구를 하겠는가.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