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가격이 14일(현지시간)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3000달러(약 436만원)를 돌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 뒤 관세가 오락가락하는 등 정책 혼돈 양상이 빚어지면서 대표 안전자산인 금에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금 가격은 장중 온스당 3005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를 찍은 뒤 상승폭 일부를 반납해 다시 300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영국 자산운용사 이블린파트너스의 제이슨 홀랜드 상무는 CNN비즈니스에 패닉 버튼이 눌러졌다고 말했다.
홀랜드 상무는 금이 ‘패닉 자산’이라면서 최근의 금 가격 상승세는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이 촉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거래 시스템은 트럼프 행정부가 변덕스럽게, 그러면서도 공격적으로 관세와 보복을 시작하면서 극도의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금 가격 급등은 투자자들이 미 경제 전망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가리키는 여러 조짐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서머스는 사람들이 나라를 이끄는 지도부를 신뢰하지 못할 때 뛰는 것이 금 가격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번 주에도 관세 강행과 위협으로 불확실성을 높였다.
그는 12일에는 미국이 수입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 부과를 개시했고, 13일에는 유럽연합(EU)의 미 위스키 등에 대한 50% 보복관세에 맞서 EU 와인 등에 200% 관세를 물리겠다고 협박했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은 무엇보다 손바닥 뒤집듯 하루가 멀다 하고 뒤집히고 있다.
캐나다와 멕시코에 이달부터 25% 관세를 물리기로 했다가 하루 뒤 이를 한 달 유예하기로 하는 등 오락가락하며 정책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고용, 투자 등을 멈추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소비자들도 움츠러들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더불어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금 값을 끌어올리는 배경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미국이 제안한 ‘30일 휴전’을 러시아가 수용하지 않고 있다.
석든파이낸셜의 리서치 애널리스트 빅토리아 쿠스작은 러시아가 이 휴전안을 거부하면서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다시 촉발했다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3일 미국이 제안한 휴전안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가 더 많이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금 가격 장기 추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열 런던 자산운용의 트레버 그리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쳐들어 간 2022년부터 지금까지 금값이 약 60% 폭등했다고 지적했다.
그리덤은 “중국인민은행(PBOC)을 비롯해 각 중앙은행이 러시아 해외 자산 동결을 보고 외환 보유를 늘리는 대신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는 것도 금값 급등 배경으로 꼽힌다.
이블린파트너스의 홀랜드는 최근 달러 약세가 금 가격을 끌어올리는 또 다른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 가격은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미국 이외 지역의 구매자들에게 금은 더 매력적이 된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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