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
-트럼프 2기, 외교안보전략 오리무중 ‘협상가’ 있으나 ‘전략가’ 부재…
-상대국과 전 세계에 내놓은 메시지·정책발언은 미국 유권자 향한 것
-벼랑 끝 트럼프판 협상·거래, 안정기 없어…정권 내내 끝없이 전격가동
-‘전략’ 아닌 수시로 변화무쌍한 '전술’ 변화로 협상 레버리지 끌어 올려
-설명 안되는 부분은 '절대권력자 동경'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 ‘협상가’는 넘쳐나지만 ‘전략가’는 잘 보이질 않아
-한국, 한미동맹과 국익, 모두 지켜내야 하는 고난이도 퍼즐에 직면한 상황
-협상을 협상으로 대처 넘어 협상가·전략가 모두 준비‥중·장기적으로 유리
[파이낸셜뉴스]
-트럼프 2기, 외교안보전략 오리무중 ‘협상가’ 있으나 ‘전략가’ 부재…
-상대국과 전 세계에 내놓은 메시지·정책발언은 미국 유권자 향한 것
-벼랑 끝 트럼프판 협상·거래, 안정기 없어…정권 내내 끝없이 전격가동
-‘전략’ 아닌 수시로 변화무쌍한 '전술’ 변화로 협상 레버리지 끌어 올려
-설명 안되는 부분은 '절대권력자 동경'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현재, 트럼프 행정부에 ‘협상가’는 넘쳐나지만 ‘전략가’는 잘 보이질 않아
-한국, 한미동맹과 국익, 모두 지켜내야 하는 고난이도 퍼즐에 직면한 상황
-협상을 협상으로 대처 넘어 협상가·전략가 모두 준비‥중·장기적으로 유리

최고의 협상가(Dealmaker)를 자처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개격파식 양자담판에 몰두하면서 전 세계가 협상 게임에 사활을 거는 모양새다. 그런데 정작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전략은 무엇인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혹시 ‘협상가’는 있지만 ‘전략가’는 없는 것일까?
워싱턴 싱크탱크 전문가들은 나름대로 트럼프의 메시지와 정책 공식을 해석하느라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 의중을 정확히 알 수는 없기에 각자해석도 다르지만 나름의 공통점도 모아지는 분위기다. 첫째, 트럼프 발언의 청중에 대한 견해다.
둘째, 협상의 지속성에 대한 것이다. 벼랑끝까지 몰아세우는 트럼프식 협상과 거래가 단기간에 끝나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란 기대를 저버리라는 것이다. 트럼프판 협상은 시작은 있지만 끝이 없다는 점에 주목한 것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기간 내내 협상판이 전격 가동될 것이라는 점을 각인시킨다. 트럼프 내각과 참모진도 트럼프 체스판에 제대로 끼어들지 않으면 내부권력 투쟁에서 밀리는 상황이라 초반부터 협상판이 달구어진 상태다. 그런데 이러한 열기가 임기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는 해석이다.
셋째, 전술 중심성에 대한 해석이다. 협상이라는 트럼프식 체스판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포괄적인 체스 ‘전략’이 아니라 수시로 변화하는 ‘전술’이라는 것이다. 전략은 불투명한데 전술만 가득하다는 의미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독재자’로 규정하다가 이를 철회하는 등 수시로 전술을 바꿈으로써 상대방을 궁지로 몰아넣고 결국 협상 레버리지를 올린다는 것이다. 넷째, 트럼프가 조성하는 ‘혼란’에 대한 설명이다. 트럼프가 모든 판을 바꾸려하면서 자신이 변혁가임을 자처하고 있지만 사실 혼란조성을 통해서 얻는 가장 큰 기대이익은 협상 레버리지 극대화라는 것이다. 다섯째, 도전에 대한 설명이다. 트럼프가 최고의 ‘거래기술’을 발휘하려고 노력하지만, 제도적 제약과 구조적 한계로 인해 도전에 직면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게 밀어붙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협상력을 높일 수 있고, 잘만하면 이러한 제약도 이겨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섯째, 협상 콘텐츠에 대한 설명이다. 현재 트럼프식 협상의 당면 콘텐츠는 관세 등 ‘경제’이지만 경제 담판에서 어느 정도 성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바로 그 콘텐츠가 ‘안보로 전환될 것이라는 견해도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특징에 대한 이러한 해석을 관통하는 것은 바로 ‘협상가’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Dealmaker’ 방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도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푸틴에게 ‘침략자’ 호칭을 떼어주고, 도발을 일삼는 김정은에게는 “친하다”식의 발언을 이어가는 것은 단지 협상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그래서 절대권력자 동경이라는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이유들이 맞물려 소위 워싱턴 싱크탱크에서는 ‘세력권(Sphere of Influence)’ 담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 하 미국이 중국, 러시아와 전 세계를 분할하여 세력권에 두는 방식으로 국제정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인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력권 담론은 현재의 트럼프 외교안보공식이 냉전기 미국의 방식과도 차이가 크기에 적설한 설명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현재로서는 트럼프 행정부에 ‘협상가’는 넘쳐나지만 ‘전략가’는 잘 보이질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이 트럼프의 외교안보전략이 그 방향을 아직 찾지 못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트럼프가 인도-태평양전략을 어떻게 추진할지, 미국의 대만정책은 도대체 무엇인지를 가늠하기 힘든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북한 비핵화를 재확인하면서도 동시에 ‘nuclear power’라는 감투를 자꾸 씌워주는 것도 전략가 부재와도 무관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한국은 국익과 한미동맹을 모두 지켜내야 하는 고난이도 퍼즐에 직면한 상태다. 따라서 트럼프식 협상에 대처하기 위해 완성도 높은 협상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숙제가 된 상황이다. 그런데 협상에 협상으로 대처하는 것은 문제 풀이의 시작이지 전부는 아닐 수 있다. 미국과 달리 한국은 협상가와 전략가를 모두 준비하면 동맹과 국익 모두를 달성하는 게 중·장기적으로 보다 유리할 수 있다. 이것이 트럼프식 협상에 오로지 협상만을 생각해서는 안 될 이유일지도 모른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