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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다가서면서 환헤지 여부에 따라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성과도 엇갈리고 있다. 달러 강세 수혜를 고스란히 입는 환노출 상품 수익률이 환헤지형 대비 최대 10배 이상 높았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자산운용의 환노출형 상품 'KODEX 미국S&P500' ETF은 최근 6개월 간(2024년 9월25일~2025년 3월25일) 11.2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환헤지형인 'KODEX 미국S&P500(H)이 -0.37%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것과 비교하면 10배 넘게 차이 난다.
두 상품 모두 미국 대표 지수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에 투자하는 상품이지만 환율 변동에 대한 노출 여부가 수익률을 갈랐다.
기술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나스닥 지수 추종 상품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환노출형 'KODEX 미국나스닥100'은 지난 25일 기준 최근 6개월 간 11.81% 수익률을 냈다. 반면 환헤지형인 'KODEX 미국나스닥100(H)'은 같은 기간 수익률이 0.26%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 국채 금리가 3.6%에서 4.3%까지 급등하면서 하락을 면치 못한 미국채 ETF 중에서도 환노출형 상품은 방어에 성공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 환노출형 상품은 6개월 수익률이 -0.53%인 반면, 환헤지형 상품은 -10.42% 급락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임에도 환노출 여부에 따라 수익률이 극명하게 갈린 것은 6개월 째 달러 강세가 이어진 때문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6.3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9월만 해도 1330원대에 머물렀으나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관세 불확실성 확대, 국내 정국 불안 등 요소가 겹치면서 연일 강세를 보였다.
달러 강세장에 투자자금도 환노출형으로 몰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최근 6개월간 환노출형 ‘KODEX 미국S&P00’을 6677억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환헤지형 ‘KODEX 미국S&P500'은 539억원어치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시장에서는 대통령 탄핵 선고 등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추세적 상승을 이어갈 것으로 봤다. 위재현 NH선물 연구원은 "국내 달러화 공급은 제한적인 반면 수요는 꾸준히 확대되는 양상"이라며 "달러 수급 부담과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지속된 가운데 다음달 2일 트럼프의 상호관세를 앞두고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지속되고 있어 단기간 달러 약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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