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이낸셜뉴스] 9세 딸과 같은 학교에 다니는 11세 아동을 찾아가 "내 딸을 때렸느냐"고 큰소리를 치며 약 10분간 다그친 학부모가 아동학대로 벌금을 받을 위기에서 벗어났다.
29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씨(39)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이 찍힌 영상으로 미루어보아 아동학대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4월 학교 정문 앞에서 B군과 그의 모친 C씨를 만나 B군의 친구들이 듣는 가운데 "너 내 딸 때렸어, 안 때렸어? 맞은 사람만 있고, 때린 사람은 없냐" 등의 발언을 하며 큰소리로 약 10분간 피해자를 다그쳤다.
이로 인해 A씨는 B군을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사건을 살핀 박 부장판사는 A씨가 대부분 C씨와 대화를 직접 나누고, B군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장면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으며 중간중간 A씨가 손동작 등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인 것도 B군을 향한 공격적인 행동이었다고 단정 짓긴 어렵다고 봤다.
또한 학폭 피해 사실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었으므로, A씨가 공소 사실과 같이 발언했을 경우에도 사회적으로 충분히 통용될 수 있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B군의 어머니 C씨는 경찰조사에서 "모든 사람이 쳐다볼 정도로 아들이 울었다"고 했지만, 영상 속에서 C씨는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B군을 달래거나 위로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은 점도 무죄 판단 근거로 삼았다.
박 부장판사는 아동을 울렸다고 해서 곧바로 정서적 학대 행위가 되는 게 아닐뿐더러 B군의 부모가 여러 차례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고 나서야 자리를 뜨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A씨가 학대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며, 이 사건은 춘천지법에서 또 한 번 판단을 받게 됐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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