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미·중 싸움에 원화 등 터진다...“1500원 상단 열어놔야”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09 15:53

수정 2025.04.09 15:53

금융위기 이후 첫 1480원대 마감
맞불 놓은 미·중에 원화값 악화일로
WGBI 편입 지연으로 약세 심리 자극
“환율 전쟁 확대 시 1500원까지 상승”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73.2원)보다 10.8원 오른 1484원에 출발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9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 종가(1473.2원)보다 10.8원 오른 1484원에 출발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대에서 마감했다. 상호관세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각이 날카로워지면서 원화 가치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지연으로 대규모 자금 유입 가능성도 희박해진 가운데 원화가 동조하는 위안화 가치도 급격히 떨어지고 있어 향후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0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원·달러 환율 추이
(원)
날짜 주간 거래 종가
2009/03/09 1,549
2009/03/10 1,511.5
2009/03/11 1,471.0
2009/03/12 1,496.5
2009/03/13 1483.5
-
2025/04/01 1,471.9
2025/04/02 1,466.6
2025/04/03 1,467.0
2025/04/04 1,434.1
2025/04/07 1,467.8
2025/04/08 1,473.2
2025/04/09 1,484.1
(한국은행)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10.9원 오른 1484.1원(오후 3시 30분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2일(1496.5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10.8원 오른 1,484.0원으로 출발한 뒤 오전 9시 10분께 1487.5원을 터치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27일 장중 최고가인 1486.7원을 뛰어 넘은 수치로 2009년 3월 16일(1492원) 이후 16년여 만에 장중 최고치다.

최근 원화값이 속절없이 추락하는 배경에는 미·중 관세 전쟁이 있다. 이날 미국은 중국의 보복관세에 대응해 중국에 모두 104%에 달하는 관세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도 미국의 추가 관세를 두고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향후 무역 갈등 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질 경우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국이 고율 상호관세에 맞서 위안화 가치를 절하해 환율 전쟁에 나서는 것도 원화 약세 요인 중 하나다. 위안화 가치가 하락할 경우 중국산 제품의 수출 단가가 낮아져 중국은 미국의 관세 압박을 일부 완화할 수 있으나, 원화는 위안화 약세에 연동돼 함께 낮아지게 된다. 전날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7.42위안을 상회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추락하는 원화에 외국인은 짐을 싸고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1조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지난달 28일부터 이어진 9거래일 연속 순매도세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가치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달러화 수급 개선이 필요하다”며 “당장에는 외국인의 투자 활동을 통해 외환스왑 시장으로의 달러화 유입과 교역활동을 통한 현물환 시장으로의 달러화 순유입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오는 11월로 예정된 한국의 WGBI 편입이 내년 4월로 미뤄진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선진국 자금 유입 △자금 조달 비용 절감 △달러화 유입에 따른 고환율 기조 완화 등의 지수 편입에 따른 효과도 지연될 수밖에 없어서다.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대로 떨어지고 있는 것도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압박을 가중시키는 원화 약세 요인이다. JP모건은 미국의 상호관세를 이유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일주일 만에 0.9%에서 0.7% 하향 조정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정책 기조가 연초 예상보다 강경한 점을 고려하면 단기적인 변동성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2·4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당국의 개입 경계심이 고조되는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원화 가치가 달러 약세보다 위안화 가치에 동조화되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사이의 환율전쟁 양상이 더욱 격화되면서 위안화 가치가 추가 약세, 즉 달러·위안 환율이 추가 상승한다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수준에 육박하는 흐름이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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