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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띠 졸라맨 가계...지난해 여윳돈 ‘215.5조원’ 사상 최대치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04.10 12:00

수정 2025.04.10 14:43

지난해 가계 순자금 운용 규모 215.5조원
1년 만에 55조원 늘며 여유자금 큰 폭 상승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감소에 자금운용 규모↑
GDP 대비 가계부채비율 90.1%...5분기 연속↓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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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의 여윳돈 증가분이 1년 전보다 55조원 급증했다.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대내외 불확실성 증가로 소비를 줄인 가운데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 감소로 여유자금이 늘어난 결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90.1%로 5분기 연속 하락했다.

■아파트 신규 입규 물량 감소에 가계여윳돈 증가규모 ‘쑥’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이 10일 공개한 '2024년 자금순환'에 따르면 가계(개인사업자 포함) 및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은 215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160조5000억원)과 비교하면 34.3% 늘었다. 순자금 운용액은 예금, 채권, 보험, 연금준비금으로 운용하는 자금에서 금융기관 대출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경제 주체의 여윳돈을 의미한다.

가계 여윳돈이 1년 새 30% 이상 늘어난 것은 지출보다 소득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소득 증가율은 3.3%로 2023년(2.8%)보다 커졌다. 반대로 가계지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6.1%에서 3.2%로 낮아졌다.

아파트 신규 입주물량 감소 등으로 여유자금이 증가했다. 가계간 거래인 주택매매와 달리, 아파트 신규 입주는 자금이 가계에서 기업으로 이전되기 때문에 가계 여윳돈에 영향을 준다.

김용현 한은 경제통계1국 자금순환팀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가계부문이 전년보다 소비를 줄였다"며 "해외 증권, 펀드 등 투자에 자금이 많이 투입되면서 지출이 줄어든 경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가계 및 비영리 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2023년 194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266조1000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금융기관 예치금이 130조2000억원에서 114조원으로 축소됐으나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가 6조1000억원 감소에서 42조4000억원 증가로 전환하는 등 운용 규모가 커졌다.

자금조달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금융기관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조달 규모가 34조3000억원에서 50조6000억원으로 확대됐다. 한은 가계신용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금은 2023년 51조원에서 지난해 59조5000억원까지 늘었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5분기 연속 하락세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은 지난해 말 5468조9000억원으로 2023년 말에 비해 264조8000억원 늘었다. 금융부채는 같은 기간 2370조1000억원으로 53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3098조8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11조6000억원 증가했다.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배율은 2.31배로 전년(2.25배)보다 소폭 증가했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 구성을 보면 예금이 46.3%로 전년과 같았다. 보험 및 연금 준비금은 28.9%로 전분기보다 0.9%p 늘었고 채권도 같은 기간 0.4%p 늘어난 3.6%를 기록했다. 반면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는 1.4%p 감소한 20.3%를 기록했다. 금융부채의 경우 예금취급기관 대출금이 70.8%로 전분기보다 0.7%p 늘었다. 대출금이 93.8%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정부융자(3.2%), 상거래신용 등 기타(3.1%)가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0.1%로 3·4분기 말(90.8%) 대비 0.7%p 하락했다. 5분기 연속 하락세로 연간으로 보면 2023년 말(93.6%) 대비 3.5%p 하락하며 2021년 말 이후 3년 연속 하락했다.

한은은 올해 1분기까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김 팀장은 “올해 1·4분기 은행권 가계대출이 지난해 4분기 증가율보다 소폭 감소한 모습을 보인 가운데 1·4분기 GDP 전망이 0.2% 증가로 제시된 만큼 하락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투자 줄인 기업, 순조달 축소...정부는 지출 늘며 확대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비금융법인의 경우 순조달규모가 2023년 109조4000억원에서 2024 65조5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이는 기업의 순이익이 확대된 가운데 대내외 불확실성 증대로 투자 증가세가 둔화된 결과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기업의 당기순이익은 2023년 76조원에서 지난해 105조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건설투자와 설비투자의 증가율은 3.5%, 4.3%에서 0.9%, -4.0%로 감소했다.

김 팀장은 “지난해부터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채권 발행 등을 축소하고 예치금을 늘리는 등 대비하는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을 포함한 일반정부는 순자금조달 규모가 2023년 17조원에서 지난해 38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정부의 총수입이 같은 기간 573조9000억원에서 594조5000억원으로 늘었으나 총지출이 610조7000억원에서 638조원으로 더 크게 늘어난 결과다.

국외부문의 경우 순조달 규모가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늘면서 46조8000억원에서 116조6000억원으로 커졌다. 국외부문의 자금운용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외부채 증가를, 자금조달 증가는 우리나라의 대외자산 증가를 의미한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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