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인옥 사회전문기자(부장)]
취임 100일을 맞는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54·사진)은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이 앞으로 '가장 필요한 단추'로 중립성과 독립성을 꼽았다. 수사경찰 독립이 국수본의 신뢰를 위한 핵심 가치라는 의미다. "시간이 지나면 (국수본이) 잘 만들어졌다는 국민 평가를 들을 수 있게 하겠다"는 남 본부장의 눈에는 결의가 보였다.
남 본부장은 "요즘엔 딸이 '집에서 왜 매일 책을 읽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퇴근 후에도 보고서를 읽느라 정신이 없다"고 말한 뒤 환히 웃었다. 초대 수장으로서 수사경찰을 총괄하는 정책을 점검하면서, 현안 수사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취임과 동시에 논란이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발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는 현재 국수본의 가장 큰 과제다. 남 본부장은 "사명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며 "납득할 만한 결과를 도출해 내겠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남 본부장을 만나 그간 소회와 현안에 대한 입장, 앞으로의 포부를 들어 봤다. 다음은 남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초대 국가본부장으로 취임 100일에 대한 소회는?
▲개인적으로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주어진 역할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100일 자체가 개인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내·외부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취임 직후 시작한 '부동산 투기 사건'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수사를 다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 왔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따끔한 충고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 나은 조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국수본의 기틀을 잡기 위해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나?
▲초대 본부장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하는 과정에 있다. 경찰 책임수사 체제도 시작됐고, 근무환경 개선 등 목소리 들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중립성·독립성이 가장 큰 단추라고 본다. 그게 맞물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위기감을 가지고 국수본 위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경찰 조직 내 독립적 수사권 행사 범위는.
▲경찰법에 따르면 경찰청장은 국수본에 일반적 지휘권을 행사하되, 예외적인 경우 구체적 지휘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치안 최고책임자인 경찰청장이 사안 인지를 위해 개별사건을 보고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청장 보고에 관한 부분을 새로 만들기 위해 검토하고, 의견도 수렴 중이다. 다만 개별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지휘를 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명확하다.
-국수본의 독립성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시선도 있다.
▲경찰법은 국수본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돼 있다. 실제 국수본부장은 경찰청장이 주재하는 일일회의도 들어가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한명의 참모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경찰청장이 국수본부장에게 지시를 내릴 시간도 없다. 두 사람이 같이 있는 자리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적인 식사 자리도 취임 직후 한번 뒤 아예 없었다. 초대 본부장으로서 그런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로 독립성과 중립성은 지켜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와 관련해 자신감 표출했는데.
▲많은 분들이 걱정을 하는 상황에서 투기 의혹 수사를 시작했고, 검찰에서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2005년 제 2기 신도시 자료를 보면 대부분 경찰에서 수사를 해 냈다. '경찰의 역사가 곧 수사의 역사'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의 노하우가 쌓여 있다. 검찰과는 범 정부기관이 협조하는 상황에서 핫라인도 구축하고, 만나서 협의도 했다. 검·경 관계로 인해 어려운 점은 현재 없다.
-부동산 투기 의혹 관련, 고위직에 대한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고위공직자 등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 없이 엄정하게 수사 중이다. 다만, 고위공직자의 경우 실무자에 비해 비밀 취득 과정을 밝히는 데 상당한 수사가 필요하고, 그 만큼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 향후 사명감을 가지고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해 국민들께서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겠다.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사의 표명 이후 곧바로 소환조사가 이뤄졌는데.
▲공교롭게도 사의 표명 시기가 겹쳐진 것이지, 개인이 의사를 표시할 때 우리에게 밝힐 이유가 없다. 출석 일자는 사전에 충분히 조정해 왔던 사안으로, 정권 눈치보기라거나 이런 부분은 전혀 아니다. 이 차관 의혹과 관련한 수사 자체는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보면 된다.
-한강공원 대학생 사망사건과 관련, '경찰 불신 여론'에 대한 입장은.
▲처음 경찰이 수사와 관련해 일방적으로 비판받은 것은 사실이다. 일일이 의혹에 반박하기보다, 확인되는 결과를 통해서 발표하면 된다고 봤다. 경찰 입장만 생각한다면 매일 브리핑하면서 의혹을 풀어나가면 좋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유족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부분도 감안했다. 특히 나중에 입장을 정리해야 하는 경찰이 확인되지 않는 가짜뉴스에 대응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다. 허위정보를 유포하거나 무분별한 신상털기는 실체적 진실 발견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사안에 따라 위법성 여부도 검토하는 등 엄중히 대처할 계획이다.
-수사경찰 일선에서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경찰 안에서도 수사부서는 늘 격무 부서로 꼽혀온데다, 올해 수사권 개혁 등으로 일부 업무가 증가한 면도 있다. 한정된 여건 속에서 일하는 방식을 개선하고, 불필요한 업무는 과감히 조정해 현장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율적인 업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사건 수사비 등 현장에서 필요한 예산이 무엇인지 파악해 충분히 증액하는 등, 범죄척결을 위한 수사 인프라 확충도 적극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과거 수준으로 검찰 송치건수도 올라가는 등, 일년 정도 지나면 큰 어려움 없이 잘 흘러갈 것으로 본다.
-책임수사 원년, 초대 국수본부장으로서 각오와 포부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겠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우리나라 수사기관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향후에는 국민들이 국가수사본부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고 시간이 지나면 '잘 만들어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오도록 하겠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국민들께서도 믿고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정리=이병훈 기자 bhoon@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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