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온라인 무료 주식거래 플랫폼 로빈훗이 18일(이하 현지시간) 2배 넘는 매출 증가세를 보고했다. 뜻밖에도 매출 절반 이상이 암호화폐였다.
암호화폐 거래 매출은 45배 넘게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폭락했다.
■ 매출·손실 모두 급증
CNBC,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로빈훗이 공개한 2·4분기 실적은 엄청났다.
지난달 상장(IPO) 이후 첫 실적 공개에서 로빈훗은 매출이 전년동기비 131% 넘게 폭증한 5억65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4분기에는 2억4400만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로빈훗은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1년전 5800만달러 순익을 냈지만 올 2·4분기에는 5억2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 가입자 60% 이상이 암호화폐 거래
로빈훗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주식, 옵션 거래가 주종목이었지만 올들어 암호화폐 가격 급변동 속에 흐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실적발표에 따르면 로빈훗 2250만 가입자 가운데 60% 이상이 비트코인, 도지코인 등을 비롯한 암호화폐 거래에 나섰다.
현재 비트코인, 비트코인 캐시, 도지코인, 이더리움, 라이트코인 등 7개 암호화폐를 주식처럼 수수료 없이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로빈훗은 연초 게임스톱·AMC 엔터테인먼트 등 레딧주(밈주) 붐이 사그라든 지금 암호화폐 덕에 실적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거래기준 매출로 볼 때 암호화폐가 로빈훗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 4%에서 올 1·4분기 17%로 늘었고, 2·4분기에는 52%로 더 확대됐다.
■ 도지코인이 암호화폐 매출 62% 차지
로빈훗은 실적발표에서 올 2·4분기 들어 처음으로 첫 거래를 주식이 아닌 암호화폐로 한 신규고객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암호화폐가 로빈훗 거래의 주종이 된 것은 도지코인 덕이다.
'도지코인의 아버지'라고 자칭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가격을 대폭 끌어올린 덕에 도지코인을 무료로 거래하기 위해 로빈훗에 새로 계좌를 틀고 거래에 나선 이들이 큰 폭으로 늘었다.
로빈훗에 따르면 지난해 4·4분기 암호화폐 거래 매출을 기준으로 4%에 불과했던 도지코인 비중은 올 1·4분기 34%로 늘었고, 2·4분기에는 62%로 더 크게 늘었다.
도지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붐 속에 로빈훗 플랫폼에서 움직이는 자산 가운데 암호화폐 투자 자산 규모는 1년전 4억8070만달러에서 올 2·4분기에는 116억달러로 확대됐다.
로빈훗은 주식 거래 주문을 대량으로 대형 증권사에 넘긴 뒤 수수료를 받는 것처럼 암호화폐 주문 역시 한데 모아 거래업체에 넘겨 수수료를 받는다. 이를 바탕으로 암호화폐 거래 서비스도 무료로 제공한다.
■ 주가는 급락
로빈훗 주가는 그러나 장 마감 뒤 공개된 깜짝실적에도 불구하고 시간외 거래에서 폭락했다.
정규거래를 6.71% 상승세로 마감한 로빈훗은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마감가 대비 8.13% 폭락한 45.75달러로 추락했다.
폭발적인 매출 증가세가 올 하반기 이후에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란 로빈훗의 어두운 전망이 투매를 불렀다.
로빈훗에 따르면 가입자들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지난해 2·4분기 330억달러에서 올 2·4분기에는 1020억달러로 205% 폭증했다. 3배 넘는 증가세다.
그러나 로빈훗은 가을철 거래 둔화와 업계 전반에 걸친 둔화세 여파로 3·4분기 매출은 이전 같은 증가세를 기록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