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에너지 대란에 물가 폭등…英 트러스, 대처 이후 최악의 경제 '유산'

뉴스1

입력 2022.09.06 15:55

수정 2022.09.06 15:55

리즈 트러스(47) 영국 신임 총리 겸 보수당 대표 2022.09.05 ⓒ 로이터=뉴스1
리즈 트러스(47) 영국 신임 총리 겸 보수당 대표 2022.09.05 ⓒ 로이터=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리즈 트러스 영국 차기 총리는 새로운 '철의 여인'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경제 현실은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가 영국 최초로 여성 총리에 이름을 올렸던 1979년보다 더 암울하다. 인플레이션은 40년 만에 최고로 치솟았고 파운드는 40년 만에 최약세이며 에너지 비용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노동력까지 부족하다.

트러스 영국 차기 총리는 어려운 경제 현실이라는 유산을 이어 받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경제성장이 느려지며 침체에 빠지기 일보직전인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압박은 미친 물가에 시달리는 영국인들을 더욱 옥죄고 있다.


◇ 미친 물가에 불만 폭발 위험

영국인들의 불만은 한여름 불쾌지수만큼 높이 쌓였고 겨울로 갈수록 폭발할 위험이다. 월급이 물가상승률을 따라 잡기는 커녕 한참 뒤처지며 1989년 이후 최대 철도파업이 일어나는 등 최근 몇 개월 사이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침체 위험에 파운드는 1980년 중반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해외여행과 수입품은 더욱 비싸졌다. 섬나라 영국은 식품부터 에너지, 공산품까지 수입하는 국가로 글로벌 물가 변동에 취약하다.

겨울로 갈 수록 에너지 비용이 오르며 경제상황은 악화할 수 있다. 영국 에너지 규제당국에 따르면 영국의 한 가구당 올해 난방비는 3549파운드로 지난해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독일과 달리 영국은 천연가스를 저장하는 대형 설비가 없다. 마지막 남은 가스저장 시설을 2017년 폐쇄했다. 정부는 일반 가정에 대해서 보조금을 약속했지만 레스토랑과 같은 중소 사업장에 대한 프로그램은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2분기 영국에서 파산보호 신청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80% 급증했다.

◇ 올겨울 침체-줄도산 막으려면...

트러스 차기 총리는 북해 유전 시추와 프래킹을 통해 에너지 공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그는 최근 "공급문제를 해결하고 영국인들의 주머니에 더 많은 돈을 넣어 주겠다"고 공언하며 저소득층과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중앙은행 영란은행의 책무를 다시 살펴보고 정부가 금융규제를 완화할 수 있는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할 것이라고 트러스 차기 총리는 말했다.

트러스 정부가 올겨울 침체에 빠지지 않고 줄도산을 막으려면 개인과 기업에 대한 대규모 구제프로그램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말한다고 WSJ는 전했다.

◇1970년대와 닮은 위기

현재 영국 경제는 1965년 보수당 정치인 이안 매클로드가 의회 연설에서 처음 사용했던 '스태그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했다. 1973년 석유파동으로 인플레이션은 치솟았고 잇단 침체로 실업률은 떨어질 기미가 없었다. 결과적으로 영국 전역에서 시위가 잇따랐고 전력난에 시달렸다.

그리고 현재 영국은 50년전과 유사한 위기에 빠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영국의 생산성과 경제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성장했고 이러한 경향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가 결정된 2016년 이후에도 계속됐다.

1980년대 영국의 시간당 생산성은 매년 2.8%씩 성장했지만 2008년 이후 생산성 성장률은 0.7%에 그쳤다. 이 같은 생산성 하락은 주요 선진국 중에서도 "유독 크다"고 경제리서치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셰어링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생산성 하락은 기업의 투자 부족과 중소기업의 부진 때무이라고 WSJ는 설명했다.


2016년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이 EU와 어떤 방식으로 무역관계를 설정할지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기업들은 영국에서 투자를 꺼렸다. 영국의 중소기업들은 브렉시트에 따른 복잡한 문서작업에 EU수출이 줄었고 무역전쟁 우려도 계속됐다.
또 노동력 부족으로 실업률은 낮아졌지만 임금부담은 계속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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