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참사 56일 지났지만 이태원 거리는 여전히 한산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주변 상점들은 대목인데도 텅텅 비어 있었다.
각종 장식품들로 한껏 멋을 낸 가게들은 찾아오는 손님 없어 더 적막해보였다. 한파에도 상인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려고 입김을 내뿜으며 호객 행위를 했다.
상인들은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30년째 이곳을 지킨 A씨는 "일단 사고는 일어났고 타격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건 시간이 지나야 해결되는 일"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역 근처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B씨도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이번 연말은 틀렸다"고 허탈해했다.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과 사고 현장은 재정돈 작업을 거쳐 예전 모습을 되찾았지만 시민들의 상흔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모양새다. 상인들은 기존 고객 대부분이 직접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빅사이즈 옷 전문점에서 일하는 한 직원은 "큰 옷을 살 수 있는 곳이 많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오는 분도 계시지만 대부분 가게에 오는게 무섭다고 말한다"며 "원래 연말이고 주말이면 오고가는 손님이 좀 있는데 이 시간대에 지금 한명도 없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태원에서 5년째 사주 타로집을 운영했다는 한 상인은 "원래 연말이면 신년운세 보러 들어오고 예약 손님도 있고 그런데 이번주 총 3팀 왔었다"며 "이 길가에 벌써 망한 사주집이 세 집인데 손님들이 다들 여기 무서워서 못 온다고 한다"고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고 현장 안쪽 골목 상황도 비슷하다. 펍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이태원 상권이 위축되긴 했지만 그래도 연말인데 너무 손님이 없다"며 "지난주 주말 저녁엔 테이블 3팀밖에 없었다"며 고개를 저었다.
추모의 발걸음은 이날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은 사고 현장 인근 벽면에 붙은 애도의 포스트잇 글을 읽고 사진에 담았다.
묵념을 하던 한 시민이 지인에게 말했다. "이렇게 좁은 곳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3년 만의 거리두기 없는 크리스마스 이브, 이태원 거리는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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