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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때문에 직장도 잃었다"…아내 외도 의심 공무원의 막다른 선택

뉴스1

입력 2023.12.17 06:32

수정 2023.12.17 08:19

ⓒ News1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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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지난해 11월10일 오후 10시쯤. 전남 순천의 한 주택에 검은 그림자가 숨어들었다.

이 남성은 인근에 놓인 사다리를 타고 건물 2층으로 올라가 망치로 유리창을 깨기 시작했다. 잠금장치마저 풀고 안방에 들어간 그는 깨진 유리파편을 깨끗이 치운 뒤 술을 마시며 집주인이 돌아오길 기다렸다.

남성은 집 주인인 50대 여성이 귀가해 거실 불을 켜려고 하자 술병으로 머리를 내려쳤다.

그는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너를 죽이고 나도 죽겠다"며 챙겨운 둔기로 머리를 수십차례 가격했다.

범인은 남편 A씨(55)였고, 피해자는 그의 아내였다.

사건 발생일로부터 불과 3개월 전만 하더라도 일반적인 부부였던 이들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는 지난해 8월쯤 아내와 별거하기 시작했고, 다음 달 이혼소송을 제기 당했다.

아내의 외도를 의심한 그는 아내의 차량에 몰래 들어가 블랙박스 SD카드를 빼내 지인에게 건넸다.

해당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A씨 직업은 공무원이었다. 수사기관은 A씨 직장에 '수사진행 사실'을 통보했다.

A씨는 이혼을 당하고 수사까지 받게 된 것을 직원들이 알게 됐다는 사실에 격분, 아내를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둔기로 아내를 공격한 그는 무차별적인 폭행에 피해자가 몸부림 치자 범행을 잠시 멈췄다.

아내와 마주앉은 A씨는 "이혼 소장을 불태워 버렸다. 직장에서도 경찰서에서 조사받은 내용을 다 알게 돼 직장도 못 다니게 생겼다"며 분노를 삭이지 못했다.

아내는 A씨의 말에 호응을 해주며 달랬다. A씨는 이 와중에도 둔기로 아내의 머리를 내리쳤다.

다시 대화하기로 한 피해자는 화장실에 가는 척하며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긴급출동한 경찰은 문을 강제개방해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고, 피해자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살인미수, 특수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범행 중간에 마음을 바꿔 스스로 살인을 포기했고, 우발적인 범죄였음을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을 고려해 징역 6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각종 범행도구를 준비하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의 저항에도 범행을 중단하지 않았다.
경찰에 의해 범행이 중단돼 스스로 범행을 멈췄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사람의 생명은 법이 수호하고자 하는 최고의 법익이자 가장 존엄한 가치로, 비록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회복을 위해 형사공탁한 점, 범행의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원심의 형은 무거워서 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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