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퇴근했더라" 욕먹은 '숨진 공무원', 새벽 1시까지 현장 지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3.07 10:55

수정 2024.03.07 15:01

숨진 공무원 관련 비난 댓글 / SNS 갈무리
숨진 공무원 관련 비난 댓글 / SNS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된 김포시 공무원이 비난과 다르게 새벽 1시까지 현장을 지켰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포시 관계자는 지난 6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숨진 김포시 9급 공무원인 A씨(30대)에 관해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각종 비난성 글 중에는 사실이 아닌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OO주무관이 승인해주고 퇴근했다고 한다' '집에서 쉬고 있을 주무관 멱살 잡고 싶다' 등의 댓글 내용을 반박했다. 그는 "A씨가 공사 현장에 안 갔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새벽 1시까지 현장에 있었다"라고 말했다.


해당 온라인 카페에는 이밖에 A씨를 향해 '정신 나갔다. 2차로를 막다니' '정신 나간 공무원이다' 등의 비난성 글과 함께 A씨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까지 공개한 글이 게시되기도 했다.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카페 운영진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운영진은 "주무관님의 안타까운 소식에 저희 카페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에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책감과 슬픔이 밀려온다"라며 "저희 운영진에서는 단순한 민원성 게시물로 판단해 신상털이와 마녀사냥식의 댓글을 인지하지 못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영진 모두 주무관님께 죄송한 마음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겠다. 삼가 고민의 명복을 빈다"라고 덧붙였다.

김포시는 이날 이 카페 회원들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시는 현재 자문 변호사와 함께 고발장에 적시할 구체적인 혐의를 검토하고 있으며, 관련 증거 자료도 모으고 있다. A씨를 상대로 작성된 신상정보 공개 글이나 인신공격성 게시글 등을 수집했으며, 민원 전화 통화내용도 확인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무원 노조 등에 따르면 A씨의 자택 개인 컴퓨터에는 '직장에서 하는 일이 힘들다'는 글이 다수 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소속 부서 간부는 "A씨의 신상정보와 전화번호가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항의성 민원 전화가 계속해 걸려왔다"라며 "A씨는 평상시에 동료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인데 2∼3일 전부터 힘들어하면서 갑자기 말수가 적어졌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고인이 힘들어했던 부분은 풀어줘야 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하고 현재 자료 수집과 함께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라며 "악성 댓글 게시자에 대해 강력히 조치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A씨는 앞서 지난 5일 오후 3시40분쯤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 안에서는 그가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발견됐다.

김포시는 A씨가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에 시달려왔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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