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3대 통일전략 제시
이념·정파 넘어 통합 길 찾아야
이념·정파 넘어 통합 길 찾아야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식에서 통일전략에 큰 비중을 둔 이유가 있다. 남북 분단 체제가 종식될 때 비로소 광복도 완성된다는 철학에 따른 것이다. 특히 올 들어 남북 갈등과 남남 갈등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는 점에서 통일에 대한 새로운 좌표 제시는 의미가 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하고 기존의 모든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 나아가 민족을 부정함으로써 통일의 기반이 되는 한민족의 정체성마저 지우고 있다. 평화통일을 이뤄야 할 이유도 목적도 없는 관계로 규정하려는 시도다. 남북 간 급격한 경제·사회·문화적 차이가 김정은 1인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데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해 아예 고립국가를 자초하는 형국이다. 나아가 북한의 잇단 미사일 위협과 오물풍선 도발로 한반도 긴장감을 의도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행보 때문에 우리 정부도 새 통일담론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이날 통일담론에 한민족 정체성을 비롯해 북한의 인권 및 남북 간 대화체 설립 등을 제시한 것은 통일담론의 공백을 미래지향적으로 메웠다는 점에서 이전보다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우리는 이번 새로 선보인 통일담론을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구촌 평화 안정을 상징하는 거대 담론으로 확산시킬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이날 광복절 행사는 씁쓸하기 그지없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은 이념과 진영 논리로 확산되고 있다. 이에 광복회 등 일부 독립운동단체뿐만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경축식에 불참하고 아예 자체 기념식을 열었다. 광복절 경축식만큼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이념과 정파 구분 없이 함께 기념하는 전통을 유지해왔다. 그런데 이번 광복절 경축식이 광복 이후 처음으로 두 동강 난 상태로 개최됐다.
두쪽으로 쪼개진 경축식 행사의 책임을 놓고 여야는 '네 탓 공방'을 벌였다. 빼앗긴 나라를 되찾기 위해 목숨 바친 독립운동가 및 그 유족들과 미래세대에게 이번 사달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날 새롭게 제시된 통일담론을 기반 삼아 갈수록 악화되는 남북관계의 활로를 모색해야 할 때다.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을 뛰어넘어 한반도 정체성 회복과 평화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새로운 통일담론을 담금질하는 데 여야가 따로 있어선 안 된다.
물론 제아무리 좋은 통일담론이더라도 남남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할 뿐이다. 편집증 수준의 진영논리에 기댄 역사관 논쟁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그칠 뿐이다. 언제까지 배척과 아집으로 국론분열을 초래할 것인가. 복잡다단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가 극복하고 나아갈 길은 멀고도 험하다. 분열된 광복절에 대해 너나 없이 반성하고 통합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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