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묘한 드라마다.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 납득하기 어려운 설정인데 조금씩 그들의 마음을 따라가게 만든다. 이상하게 웃기고, 이상하게 짠한 'Mr·플랑크톤'(미스터 플랑크톤)의 사랑이다.
넷플릭스에서 지난 8일 공개된 'Mr·플랑크톤'(극본 조용/연출 홍종찬)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 분)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 분)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등장인물들은 모두 세상을 떠다니거나, 세상에 밀리는 '플랑크톤'처럼 작은 존재들. 그리고 모두 저마다의 결핍을 안고 있다. 정자 기증 과정의 실수로 '잘못' 태어나 의지할 가족 없이 방랑하며 산 해조와, 보육원에서 자라 자기 가족을 만드는 꿈을 꿨지만 조기 폐경 진단을 받은 재미, 으리으리한 종갓집의 장손이지만 진정한 사랑을 가질 수 없는 어흥(오정세 분), 길에 떠다니는 소년 해조를 주워 아들처럼 때로는 부하처럼 '키운' 봉숙(이엘 분) 등 무엇 하나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서사가 펼쳐진다.
상식적인 사람들의 상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 삶을 살았기에, 불같은 성격을 드러내고, 때로 비도덕적인 해결 방법을 택하기도 한다. 해조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후 자신을 태어나게 한 '씨' 즉 생부를 찾아 나선다. 어쩌면 자신의 마지막 여행이 될 순간, 그가 함께하기로 결심한 사람은 전 여자 친구 재미. 해조는 재미의 결혼식 날 그를 납치한다. 여러 번 도망치려는 재미와 능글맞게 다시 재미를 잡아 오는 해조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꽤 유쾌하게 그려진다. 각 인물의 서사에 몰입하기 전까지 시청자들이 다소 '불편'함을 느낄 수 있는 과정이다.
이들의 기묘한 동행은 서럽고 또 짠하다. 어쩌면 생부일 수 있는 이들은 부성애는커녕, 상대의 외로움과 결핍을 이용한다. 조폭에 쫓겨 죽을 뻔한 위기도 겪고, 시시각각 머리를 부술 듯이 찾아오는 아픔을 겪으면서 해조는 '죽음'이 가까이 오고 있음을 깨닫는다. 생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는 여정에서 해조와 재미는, 서로를 이해할 사람은 서로 밖에 없음을 다시 한번 느꼈고 서로의 결핍을 채워주기 위한 마지막 여행을 함께 한다.
어둠과 슬픔에 가까운 감정이 주를 이루는 소재이지만 'Mr·플랑크톤'은 유쾌한 터치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강조한다. 예측불가능한 웃음 코드다. 결혼식 날 납치된 아내를 찾아 나서는 어흥과 존 나(John NA/알렉스 랜디 분)의 처절한(?) 추적기도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배우들은 롤러코스터를 탄 듯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선의 인물들을 맡아 짠내와 웃음과 공감을 끌어낸다. 우도환은 최근 드라마 속 남주인공과는 결이 다른 거친 성격이지만 그럼에도 시청자의 몰입을 이끌었다. 작은 체구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더 짠하게 만든 이유미도 좋은 합을 맞췄다. 어흥 역할의 오정세가 이 시대 다시는 없을 순정남을 연기했다. 순애보와 코믹 연기를 능수능란하게 오가는 캐릭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초반부 '이상한' 청춘들의 '강제동행' 설정에 공감할 수 있다면 후반부까지 정주행하기 어렵지 않은 'Mr·플랑크톤'이다. 그래서 해조는 '씨'를 찾고, 재미는 '둥지'를 찾을 수 있을까.
8일 넷플릭스에서 10편 전편이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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