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탄핵 기각 결정에도
최 부총리 탄핵은 계속 전망
헌재, 국회 권한 남용 예방을
최 부총리 탄핵은 계속 전망
헌재, 국회 권한 남용 예방을

"헌정질서 수호의 막중한 책무를 진 헌재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 데 대해서 강한 유감을 표한다."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의 논평이다. 헌재가 한덕수 총리 탄핵사건 선고기일을 24일로 발표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선입선출의 원칙을 어기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보다 먼저 한 총리 선고기일을 잡았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헌재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데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먼저 선고할 때, 선입선출론 비판이 제기되었다.
헌재는 우선 탄핵의결 정족수 문제부터 해결했어야 한다. 국회가 한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탄핵을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했지만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 해결에는 오랜 심리가 필요 없다. … 헌법 해석에 기초해 결론만 내리면 된다. 이런 문제부터 신속히 정리해 권한대행의 대행에 대한 탄핵 논의 등 이어지고 있는 헌정 혼란을 막아야 한다." 헌법재판관을 지낸 강일원 변호사가 언론 기고에서 밝힌 내용이다.
헌재는 기각 5인, 각하 2인, 인용 1인으로 한 총리 탄핵을 기각했다.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권한대행 중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는 각하 의견에 동의한다. 최 부총리의 경우를 보자.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일 때와 단순히 경제부총리일 때의 탄핵소추 요건이 재적 과반수로 동일하다는 건 명백히 불합리하다. 총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권한대행은 … 대통령의 권한을 대신하여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는 자이므로, 권한대행자의 지위는 '대통령에 준하는 지위'에 있다"는 정형식, 조한창 재판관의 의견이 타당한 것이다. 다수의견이 선례로 굳어진다면 그와 다른 견해가 실린 '주석 헌법재판소법'은 폐기해야 마땅하다.
"탄핵제도의 남용을 방지할 필요성이 더욱 크기" 때문에라도 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 민주당은 최 부총리 탄핵 절차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이미 30번 탄핵 발의를 통해 기네스북 기록을 만든 민주당이다. '9대 0' 기각도 세계 기록감이다. 최 부총리 탄핵안을 가결한다 해도 결국 기각될 게 명백하다.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행위도 정계선 재판관 1명만 인용 의견을 냈을 뿐 5인의 재판관은 이를 기각했다. 최 부총리 탄핵은 국회 권한남용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의 경고용 비상계엄도 문제라고 한다면 무지막지한 국회 권력남용은 어떻게 견제할 수 있는가.
"국가권력의 남용, 즉 통치권,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의 과잉행사로 헌법적 가치질서가 침해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제도적 수단은 '헌법재판'이다."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이 쓴 '헌법의 자리'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말처럼 현행 헌법이 전통적인 입법·사법·행정 외에 헌재를 대법원과 별도로 설치한 의미를 새겨야 한다. 입법부가 아무리 탄핵을 남발해도 이를 견제할 행정부의 권한은 전무하다. 국회해산권 혹은 총선을 앞당겨 시행할 권한도 없다. 입법부 혹은 개별 국회의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장치도 없다. 제왕적 국회와 다름없다. 그나마 유사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은 박 전 소장의 말처럼 헌재의 '헌법재판'이다. 정족수 등 절차적 요건을 최대한 엄격히 해석하고,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여 일단 공직을 수행하도록 한 후 탄핵을 통해 파면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터무니없는 탄핵에 대해서는 각하나 기각 결과를 신속하게 내놓는 것도 필요하다. 한 총리까지 이어진 국회의 탄핵소추 남발과 기각 행진은 개별 사건의 결과보다 이같이 국가권력 남용을 견제하는 헌재의 의무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
dinoh7869@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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