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헌법재판소가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선고하자 당일까지 탄핵 기각 목소리를 높여 온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헌재 앞 시위를 주도한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인용 가능성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다독이는 발언과 "우리는 폐족"이라는 발언이 엇갈렸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주말 사이 윤 대통령 파면의 충격을 추스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4일 복수의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윤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개최된 의원총회에서 서로를 향한 고성이 나왔다.
TK(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각 의원들의 발언이 언론에 중계되는 것을 두고 "도대체 이걸 누가 실시간으로 (언론에) 보내는 거야" "이런 것 좀 하지마" "누가 녹음 파일을 보내는 거야"라고 고함을 쳤다.
헌재 앞에서 시위를 주도했던 김기현 의원이 "우리는 폐족이 됐다" "이번 대선은 못 이긴다"는 발언을 내놓자 의원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일부 초선 의원들은 "그건 자기 생각이고"라는 불만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소란이 있긴 했지만 이날 의원총회는 무거운 분위기 속 서로를 다독이며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 데드락설(헌재 내 4대 4로 의견이 대립 중이란 주장), 기각·각하설을 확신해 온 의원들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아들며 실의에 빠졌기 때문이다.
나경원 의원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된다면, 탄핵이라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예측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차적인 문제를 계속 제기해 왔고, 윤 대통령 뿐만이 아닌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움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각, 각하를 확신해 온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의 결정 그 자체가 쇼크"라며 "저 정도의 결정이 나오리라고 상상을 못했다"고 했다.
친윤계 이철규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송구하다는 말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 오늘의 결과가 대한민국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된다"고 적었다. 박수영 의원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빠르게 '현실론'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대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오는 6일 의원총회를 다시 개최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향후 조기대선 국면에서 당의 대응 방향 등을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뉴스1에 "다들 장외 투쟁에 나서면서 많이 지치기도 했다. 인용 가능성을 아예 상정 안했다면 거짓이지만, 그래도 충격적인 결과"라며 "주말 사이 다들 마음을 다스리고 오지 않겠나"라고 했다.
PK(부산·울산·경남)에 지역구를 둔 한 의원은 "이런 문제가(탄핵) 반복되는 것에 대한 절망감도, 지지자들에 대한 미안함도 있다"며 "그래도 나아가야 한다.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일이다. 시간도 넉넉지 않다. 할 수 있는 방법들을 두고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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