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총 14억달러·약 1조6000억원), 스탠퍼드대(11억달러·약 1조2365억원), 컬럼비아대(10억달러·약 1조1240억원)는 기부금 10억달러 클럽에 가입했다. 기부금 입학제나 기부액의 50%에 대해 세금감면을 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지만 놀랍다.
지난 18일 김정식 대덕전자 회장(90)이 예금 등 사재 500억원을 모교인 서울대 공과대학에 쾌척했다. AI센터 신축에 써달라면서다. 그는 서울대뿐만 아니라 전국 20개 대학 공과대학 건물에 해동도서관 건립을 지원하는 등 이공계 연구자들에게는 든든한 '키다리 아저씨'였다. 노환으로 입원 중인 그는 언론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모든 공학 분야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해야 한다"고 기부 취지를 설명했다. 김 회장은 평소 "우리 산업이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바뀌어야 하는 변곡점에 왔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의 아들인 김영재 대덕전자 사장은 "(아버지가) 그 도전을 뚫고 갈 교육이 필요하다며 '학교에 숙제를 낸다'고 했다"고 전했다.
영국 식민지 시절 목사 존 하버드가 세운 하버드대가 노벨상의 산실이 된 원동력이 뭔가. 정부 지원이 아니라 마르지 않는 샘 같은 민간 기부금이었다. 누구든 평생 모은 재산을 선뜻 내놓는 일이 어디 쉽겠나. 그렇다면 고학으로 학업을 마치는 등 온갖 간난신고를 겪은 김 회장이 낸 기부금도 '과학 보국(報國)'의 마중물이 돼야 마땅하다. 더욱이 일본이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노벨 과학상 불모지'다. 노기업인이 낸 숙제를 서울대, 아니 우리 학계 전체가 풀 차례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