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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이사람] "펫로스·섭식장애, 그림으로 치유" 김소울 플로리다마음연구소 대표

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2.09.25 16:22

수정 2022.09.2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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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치료 상담 기관 플로리다마음연구소의 김소울 대표 /사진=박지연 기자
미술 치료 상담 기관 플로리다마음연구소의 김소울 대표 /사진=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그림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길 가다 보이는 노을 사진을 찍는 것도 미술이 될 수 있어요. 많은 분들이 미술을 좀 더 편하게 생각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플로리다마음연구소의 김소울 대표(40)의 말이다. 김 대표는 미술 치료 상담 기관인 플로리다마음연구소를 운영하며 심리 치료를 돕고 있다. 특히 섭식장애, 펫로스(pet loss) 등을 겪은 이들과 활발히 소통한 경험을 기반으로 '치유 미술관' 등 15권의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다양한 강연들을 통해 시민들과 만나는 등 'N잡러'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는 대학 시절 순수 미술을 전공했다. 그가 미술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폐 아동들이 다니는 특수학교에 자원봉사를 다니면서부터였다. 김 대표는 "장애 아동들과의 대화가 어려워 함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며 "'보여주는' 용도인 줄만 알았던 미술이 언어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를 통해 미술 치료사의 길을 걷기로 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에는 관련 공부를 깊게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 한국인 최초 미국미술치료학 박사 학위를 딴 뒤에야 본격적인 미술 치료사의 길로 들어섰다.

플로리다마음연구소의 주된 상담 내용은 '섭식장애'와 '펫로스'다. 김 대표 자신도 겪었던 일이다. 7년간 섭식장애로 고생했다. 그는 "섭식장애 환자들은 자신의 가치가 남에게 보여지는 것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그럴 때마다 음식을 먹은 뒤 어떠한 감정이 들었는지 등을 그리게 해 음식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10년 넘게 키우던 강아지를 떠나보낸 것도 그가 '펫로스' 미술 치료를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펫로스' 를 겪는 사람들을 모아 참여자들이 반려동물을 처음 만났을 때, 가장 행복했던 순간, 아쉬웠던 순간을 서로 공유하고 우리만의 장례식을 진행하며 아이를 떠나보내는 작업을 한다"면서 "치료가 끝난 뒤 내담자들이 '다시 웃을 수 있을 줄 몰랐다'고 말할 때 가장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미술 치료를 하며 가장 뿌듯한 순간은 상담이 끝난 뒤 내담자들의 뜻밖의 연락을 받을 때다. 김 대표는 "어렸을 적 학대와 이별 트라우마로 연애나 결혼생활에 두려움을 갖고 계신 20대 여성 내담자가 연구소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면서 "상담이 종료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청첩장을 보내왔을 때 내 일 처럼 행복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미술 치료에 갖는 심리적 문턱을 더 낮추려고 노력중이다.

그는 "'미술 치료'라는 말이 거창해 보이지만 일상에서 '나'를 표현하는 일을 미술이라 생각하면 부담이 덜 할 것"이라며 "혼자서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들을 마주할 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님을 말씀드리고 싶다.
다양한 치료를 통해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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