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업계, 협의체 과도한 역할 문제 지적
[파이낸셜뉴스]온라인 보험비교추천서비스 출시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보험업계와 핀테크업계 간 표준API를 놓고 갈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핀테크 업계는 넉 달 전에 양측이 합의한 표준 API 명세서에 따라 표준 API를 개발하고 있었지만 지난달 뒤늦게 표준 API 명세서를 수정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출시 일정부터 맞추기 어려워졌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보험업계와 맺은 업무협약(MOU)에 따라 설립된 협의체가 사실상의 감독기관과 규제기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지 핀테크 업계 내부에서 의구심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표준 API 명세서 변경 문제가 불거지면서 온라인 보험비교추천서비스의 출시 일정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지난달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한국핀테크산업협회 등이 '플랫폼 보험상품 비교·추천서비스의 원활한 준비 및 운영을 위한 공동업무협약'을 맺고 지난 8월 17일 협의체에서 합의한 표준 API 명세서에 따라 각 운영회사가 API를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 표준 API 명세서가 수정되고 있다는 사실이 전해진 지 한 달이 지나서도 최종 수정안에 대한 소식이 없자 핀테크산업협회는 지난 3일 열린 보험비교플랫폼 TF 3차 회의에서 표준 API 명세서 수정안 공유를 손해보험협회 측에 먼저 요청했다. 지난 12일 4차 회의에서도 표준 API 명세서 수정안이 정리되지 않자 다음날인 13일 보험업계와 핀테크 업계를 대상으로 표준 API 수정안에 대한 별도의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도 표준 API 수정안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핀테크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앞서 협의체에서 정한 일정에 맞춰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는데 표준 API 명세서가 수정되면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API는 각종 데이터를 주고받는 규격으로, 표준API는 보험료 산출과 보험사 개별 특약 정보 등이 담긴다. 서비스 출시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표준 API를 수정하면 이를 각 플랫폼이 반영하는 데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서비스 출시 목표일을 맞추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핀테크 업계 내부에서는 지난달 맺은 MOU에 담긴 '협의체'의 권한이 과도한 점도 문제로 지목하고 있다. 이를테면 '(표준 API에 따라 개발하되) 서비스 출시 이후 간단한 수정 사항은 협의체가 반영 주기를 협의하고 이외 제반 사항은 협의체에서 정한다', '서비스 출시 이후 간단한 수정사항은 협의체가 반영주기를 협의해 표준 명세서를 개정한다'는 내용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협의체가 관리 감독하는 금융당국의 영역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알고리즘 검증과 관련 '알고리즘 변경으로 운영 회사 간 분쟁이 발생하거나 소비자의 효용을 해하는 경우 운영 회사는 협의체에 안건으로 상정할 수 있다'는 내용도 과도한 문구로 거론된다. 이미 외부 기관을 통해 알고리즘을 검증받는 만큼 공정성 시비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는 플랫폼 간의 공정경쟁을 위해서는 표준 API 합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업체 간 성격도 다르고 힘의 논리도 다른 만큼 플랫폼 간 공정경쟁을 위해 표준 API를 운영하기로 합의했다"면서 "협의체 없이 표준 API가 운영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시 초기 경쟁이 치열한 상황은 알지만 향후 제도가 더 개선되고 상품이 더 추가되면 다모아와 다르게 신규 채널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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