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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전형 시작된 내년 입시까지 백지화하라는 의협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9.09 18:19

수정 2024.09.09 18:48

학생과 학부모 피해는 아랑곳 없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사실상 거부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추경호 국민의힘(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스1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추경호 국민의힘(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뉴스1
정치권이 어렵게 성사시켜 출범시키려는 '여야의정 협의체'마저 의사들이 거부하고 있다. 여야는 9일 협의체에 의료계가 합류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2025·2026년 증원 백지화를 협의체 참여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반발을 거두지 않고 있다.

정원이 1500여명 늘어난 의대 입시를 포함한 2025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은 9일 시작됐다. 의료계가 이미 전형절차에 들어간 2025학년도 입시까지 백지화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과하다.
입시 준비를 해 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입을 피해를 가벼이 여기는 집단 이기주의가 아닐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는 수험생의 혼란을 얘기하지만,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증원 취소는 수험생과 학부모님들도 이해해 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의사들이 지금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생각하고나 있는가. 사고방식이 놀라울 따름이다. 입시에 쏟아왔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데 기껏 이해해 달라는 말로 갈음하려 드는가.

의사들 주장대로 증원을 백지화하면 비단 입시생들의 피해만 초래하지 않을 것이다. 백번 양보해 정부의 일방적 결정 탓이라고 하더라도 의료 정상화라는 명분만으로 수험생과 학부모가 보게 될 피해를 이런 식으로 도외시할 순 없다. 의협이 직접 공개적으로 내년 대입을 준비해 온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의대 증원 취소를 이해해 달라고 한번 물어보기 바란다.

정부가 진행하는 대입전형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태도는 결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의사들이 멋대로 확정된 전형일정까지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한마디로 안하무인 격이다. 수시 원서접수가 시작됐는데 정원을 재조정한다면 수험생들에게 막대한 손해가 발생할 것이며, 결과적으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소송 결과를 의료계는 책임질 것인가.

정부가 의대 증원을 강행하면 교육현장이 파탄날 것이란 주장도 협박과 다름 없다.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휴학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언급은 의료갈등을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응급실에 긴급 투입되는 의사의 실명을 악의적으로 공개하고 블랙리스트까지 작성하는 행위도 의료계는 서슴지 않고 있다. 어떤 집단에서 만든 것인지 알 순 없으나 응급의료 현장에 있는 의사들을 비꼬는 글과 함께 개인정보를 올리는 행위는 치졸함을 넘어 의료 정상화를 주장하는 자신들의 명분마저 깎아내릴 뿐이다.

추석 연휴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응급실 공백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민심은 의료개혁에 압도적인 찬성을 보이며 의사들 편이 아니다. 연휴 기간에 의사가 없어 치료를 못 받는 사고가 잇달아 터진다면 의료계는 일각의 우군마저 완전히 잃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극렬한 투쟁을 일삼는 강성 노조도 이런 식으로 벼랑 끝 대치를 하진 않는다.
양보와 타협을 의사들만큼 외면하는 집단은 여태 보지 못했다. 의대 증원 백지화가 아니면 아무것도 수용할 수 없다는 고집불통의 의료계를 누가 이해하고 곱게 보겠는가.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도 협의체에 동참키로 했다.
의료계도 이쯤에서는 못 이기는 척하며 대화의 장으로 일단 발을 내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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